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시네마 천국(4)]

영화란

by 서도운

5. 영화란


토토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는 덤덤하게 반응한다.

사실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미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다.

그가 느끼는 슬픔은 그리 크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알프레도가 있기 때문이다. 알프레도는 토토의 아버지이자, 멘토로서 그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죽음보다 중요한 것은 알프레도와의 관계였다.


영화관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탈의 공간을 제공한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삶의 고단함을 풀고,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한다. 상영 시간이 끝나면 영화는 끊기지만, 그전에 상영된 영화는 그들의 일상에 작은 행복을 더해준다. 그러나 상영시간이 다 되어 더 이상 틀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그러자 알프레도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유리창에 영화를 반사시켜 바깥 건물의 하얀 벽에 영화를 상영한다.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며 화면에 비친 영화를 보며 일시적인 즐거움과 일탈을 경험하는 모습은 정말로 영화의 힘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끼며 그 순간만큼은 자신들의 삶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도 잠시, 영화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영화 필름에 불이 붙으면서 큰 화재로 번지게 되고 결국 영화관은 모두 타버리고 말았다. 알프레도는 심각한 화상을 입게 되었다. 불타는 영화관 속에서, 토토는 그를 구하려 했지만, 그가 받게 된 상처는 너무나도 심각했다.


화재 이후, 몇몇 사람들은 금전적 손실에 대해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영화관에서의 기쁨과 즐거움을 잠시 경험했지만, 이제 그 손실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진정으로 영화가 가져다주는 행복보다, 현실의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영화관이 지어진다. 토토는 그곳에서 일을 하게 되며, 그는 알프레도의 빈자리를 느끼고 새로운 영화관에서 영화의 힘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그의 마음속 알프레도는 더 이상 영사기 앞에 서 있지 않다. 그의 빈자리는 더 이상 영화 속 인물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새로 지어진 영화관에서 검열되지 않은 사랑의 장면이 상영된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열광하며, 기쁨과 감동을 나눈다. 하지만 토토는 그 장면을 보며, 알프레도의 빈자리를 느낀다. 검열된 사랑의 장면이 그의 기억 속에서는 이제 다시 나타나지만, 알프레도가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큰 허전함을 안겨준다. 영화관에서 알프레도와 함께하던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알프레도는 결국 화상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 시력을 잃은 알프레도는 더 이상 영사기를 다룰 수 없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말속에서,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는지, 그리고 그가 부모처럼 자신을 돌봐준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알프레도는 일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토토가 영화관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알프레도의 말속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가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며, 토토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난다.

알프레도는 손끝으로 토토의 얼굴을 만지며 그가 이제 청년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토토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알프레도의 얼굴을 손끝으로 더듬는 장면은 알프레도가 그의 아버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부자 관계처럼 깊은 유대가 형성되어 있다.


6. 사랑의 기다림, 영화 속의 진실


세월이 흐르고, 불에 타지 않는 필름이 발명된다. 영화의 질감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영화관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감정, 인생의 이야기가 모두 그 속에 담겨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그 안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찾는다.


청년이 된 토토.

영사기 앞에서 영화를 다루던 아이는 촬영을 하고 영상을 찍는 청년이 되었다.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여전히 그 안에 살아있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영화로 담아내는 청년으로서, 그가 촬영하는 영상 속에서 자신의 꿈과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이성인 엘레나를 만난 토토는 친구와 경쟁하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엘레나의 미소에 토토는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친구와의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애쓴다. 알프레도에게 즐겁게 자신이 찍은 영상을 설명하던 중 엘레나의 영상이 나오자, 토토는 잠시 말을 얼버무리며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이 순간, 알프레도는 비록 시력을 잃었지만, 단숨에 토토가 좋아하는 여성이 누구인지 알아차린다.


엘레나 앞에서 고장 나버리는 토토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자신이 엘레나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그의 모습은 너무 인간적이고,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서 소년의 순수함과 감정선이 드러난다.


그 후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자신의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옛날의 병사와 공주 이야기로 토토에게 사랑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내용은 공주는 병사에게 100일 동안 발코니 앞에서 기다리면 당신의 여자가 되겠다고 한다.

90일 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기다렸지만 그는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99일째 병사는 떠나버린다.


그 이야기는 토토에게 사랑이란 기다림과 의지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사랑은 서로가 다가가야 이루어진다는 깊은 메시지를 알프레도는 전하고 싶어 한다.


이후 상영된 사랑 영화를 보며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대사를 통째로 외우기도 하며, 영화의 감동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사랑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투영하며 감정을 공유한다.


하나의 필름을 가지고 멀리 떨어진 두 영화관에서 돌려보는 장면은 그 시대의 웃픈 현실을 잘 보여준다. 자전거를 타고 필름을 배달하는 친구는 지치고 힘들어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일이다. 당시 영화에 대한 열망과 사람들의 삶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의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필름은 단순히 영화 이상의 존재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엘레나가 고해성사를 하러 들어가는 걸 보고, 알프레도가 신부님을 붇잡아두고 토토가 몰래 신부님 자리에 들어간다. 토토는 엘레나에게 직접 고백을 시도하며, 신부인 척하며 뻔뻔하게 다가간다. 엘레나의 웃음을 유발하며, 그들의 순수한 교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엘레나는 그에게 사랑하지 않는다며 거절을 한다. 토토는 아버지처럼, 병사처럼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는 그 공주의 이야기처럼 사랑을 기다릴 것임을 다짐한다.


토토는 엘레나를 사랑할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하며, 병사처럼 수일을 기다리며 엘레나가 돌아오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그 기다림의 모습은 점차 엘레나에게 다가가며, 결국 엘레나도 토토에게 다가오고, 그들의 사랑은 키스로 증명된다. 사랑의 기다림과 서로의 다가감은 결국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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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1』은 이 글을 마지막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이후 회차는 『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2』에서 이어집니다.
계속해서 감정의 영화 여행을 함께해주세요.

▶️ 『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2』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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