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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의지

산이 되기 위해

by 서도운

흙의 의지


화분에 담긴 흙은

몇 분이면 가득 찬다.

작은 손으로도 금세 다듬어지고,

그 위엔 예쁜 잎이 피어난다.


감성은 빠르게 자라나고,

사람들은 그 곁을 지나며

미소 짓는다.


하지만 나는

대지 위에 흙을 쌓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꽃이 피기엔

너무 넓고, 아직 얕다.

뿌리 하나 내리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한 줌, 또 한 줌.

내 흙은

몇 분이 아닌 몇 해를 품는다.

흙이 되어간다는 건

곧 시간을 견디는 일.


비야 내려라.

내 눈물과 함께.

내 흙이

조금 쓸려가더라도 괜찮다.


바람아 불어라.

내 의지와 함께.

내 흙은

굳으면 단단해지는

질긴 점토이기에.


넓게 다졌기에 단단하고,

낮았기에 부러지지 않았다.


나의 흙은

넓고 단단한 산이 될 것이다.


그 산은

누군가를 품게 되겠지.

그게 바위산이든,

푸르른 숲이든,

불을 삼킨 화산이든.


그러니 나는

오늘도 흙을 다진다.

말없이, 묵묵히,

산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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