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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Oct 18. 2021

65. 超 / 越

초월로 이끄는 힘, 동기부여

아들아, 아빠가 억수로 부끄러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억수로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 네 엄마만 아는 아빠의 비밀이 하나 있었어. 그게 뭐냐면... 사실 최근까지도 아빠가 자전거를 탈 줄 몰랐거덩? 어릴 때 배울 타이밍을 놓치고서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몇 번 배워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그래서 그냥 단념하고 살았지. 누가 자전거 못 타는 거 알고서 놀려대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뭐 딱히 사는데 크게 불편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깐.


그런데 근래에 다시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어. 새삼스레 왜 그랬냐면, 너 때문에. 언제부턴가 네가 아빠랑 같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니... 나도 움찔하게 된 거야. 그러게, 아들이랑 같이 자전거 타는 추억도 하나 못 만들어주는 아빠라니... 그래서 아빠가 비록 노쇠한 몸이 되었지만, 큰 맘먹고 자전거 강습을 신청했단다.


역시나 균형 잡는 게 너무 어렵더라. 엉덩이는 아프고... 땀은 차오르고... 그러다 우째우째 안 넘어지고 3초 정도 버텼어! 다음 연습 코스는 낮은 경사로에서 균형을 잡으며 쭉 내려가는 거였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싶더라. 아직 평지에서도 제대로 잘 못 타는데. 하지만 '너랑 자전거 타는 추억을 만들겠다!'라는 일념으로 용기를 내어 땅을 디디고 있던 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지. 그리고 아빠는... 마침내 안 넘어지고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했어! 그때 그 기분이란! 인생에 가보지 못한 길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 하나를 초월(超越)해냈다는 성취감마저 들더라!


'超'(뛰어넘을 초)는  '走'(달릴 주)와 '召'(부를 소)가 합해진 한자야. 누군가 부르니까 부리나케 뛰어가는 모습이지. '越'(넘을 월)은 '走'(달릴 주)와 '戉'(도끼 월)이 합해진 한자란다. 무시무시한 도끼 위를 힘차게 뛰어넘는 모습의 한자야. 수십 년간 아빠 인생에 자전거란 없는 셈 치고 살아왔지만, 또 실패하는 게 두려워서 외면하고 살아왔지만, 네가 아빠랑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부르니까 다시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어. 그리고 도끼처럼 두렵게만 보이던, 그 내리막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한 거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 초월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강력한 동기부여에서 온다는 사실을 아빠는 깨달은 것 같아. 그리고 아빠에게 동기부여를 일깨워준 사람은 다름 아닌 너였단다.


아빠의 이 경험을 너에게도 물려주고 싶구나. 인생을 살다가 커다란 장애물을 만나거든,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까 주저되거든, 이 사실을 기억하렴. 너의 소중한 사람이, 너의 소중한 목표가 훌륭한 동기부여가 될 거라는 것을. 너를 초월로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아들아, 그럼 이번 주말에는 아빠와 자전거를 배워볼까?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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