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0. 文 / 章 / 冊

글을 쓴다는 것은

by 신동욱

'文'(글월 문). 글이나 문장을 뜻하기에 뭔가 무척 학식 있고 고상해 보이는 한자다. 그런데 이 한자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갑골문을 보면 다소 뜻밖의 해석이 보인다. 사람의 가슴에 무언가를 새긴 모양이기 때문이다. 文은 원래 '몸에 새기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문신(文身)'이란 단어에도 文이 쓰인다.


문장을 뜻하는 또 다른 한자인 '章'(글 장)은 '立'(설 립)과 '早'(아침 조)가 결합되어, 아침마다 일어나 글을 쓴다는 뜻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辛'(매울 신) 아래에 동그란 표식을 그려 놓은 모습에서 유래한 한자다. 辛은 노예의 몸에 문신을 새기는 도구였다고 하니, 章도 文과 비슷하게 몸에 표식을 새기는 모습에서 유래한 셈이다. 文과 章. 이 한자의 유래를 알고 보니, 모골이 송연함을 느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과 몸에 문신을 새기는 일은 여러모로 닮았다. 그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그렇게 완성된 글도, 문신도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입에서 뱉으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말도, 그 말을 들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반드시 남기에 늘 조심하고 가려서 해야 한다. 하물며 온전한 기록으로 남아 심지어 내가 죽은 뒤에 누군가 볼 수도 있을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책임을 갖는다. 책임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이 쓴 대로 실천하며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 자기 삶 속에 아로새겨지지 않고 겉보기에만 좋은 문장은 독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뿐더러 생명력도 약하다.


'冊'(책 책)은 고대에 글을 쓰던 죽간(竹簡)을 말아놓은 모습을 표현한다. 즉 여러 글이 모이면 책이 된다. 많은 책을 썼다는 것은 곧 내 몸에 새긴 문신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놀라운 성취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내가 쓴 대로 살아야 하는 제약도 더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평생 글을 쓰고, 책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결심한 나 자신에게 묻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그것을 감당하며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는가?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9. 哀 / 衰 / 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