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됩니다
'言'(말씀 언)이라는 한자를 보세요. 아래에 있는 '口'(입 구)에서 나온 말이 점점 위로 퍼져가는 모양입니다. 이렇듯 말은 씨가 되어 여기저기 뿌려지고 퍼집니다.
어떤 言은 '毚'(약은 토끼 참)에 붙어서 '讒'(참소할 참)이 됩니다. 토끼(兔) 한 마리가 다른 토끼(兎)를 훌쩍 뛰어넘듯 약삭빠른(毚) 사람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남을 헐뜯는 말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어떤 言은 '秀'(빼어날 수)에 붙어서 '誘'(꾈 유)가 됩니다.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을 속이고 꾀어내는 말일뿐입니다. 듣기 좋고 달콤한 말 뒤에 검은 속내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더 조심해서 들어야 합니다.
반면, 어떤 言은 '蒦'(잡을 곽)에 붙어서 '護'(도울 호)가 됩니다. 상처 입은 새를 잡아주듯(蒦)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처 받은 마음을 지켜주고,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또 어떤 言은 '辛'(매울 신) 사이에 끼어 들어가 '辯(말씀 변)이 됩니다. 노예(辛)처럼 고난에 처한 약자들 사이에서 변호해주는 말이지요.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그 말 한마디가 더 간절할지도 모릅니다.
"예수께서 비유로 여러 가지를 저희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뿌릴쌔 더러는 길 가에 떨어지매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고 더러는 흙이 얇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해가 돋은 후에 타져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더러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혹 백배, 혹 육십 배, 혹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마태복음 13장 3~8절)
씨가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말라버리기도 하고 많은 결실을 맺기도 하듯,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한마디가 떨어진 곳에 따라 讒이 되기도, 誘가 되기도, 護가 되기도, 그리고 辯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뱉은 말은 어디에 떨어졌나요? 그리고 무엇이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