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勇 / 智/ 德 / 福
리더의 진정한 능력
"용장(勇將)은 지장(智將)을 이기지 못하고, 지장은 덕장(德將)을 이기지 못하며, 덕장도 복장(福將)에게는 이기지 못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손자는 이처럼 리더의 자질로 '勇'(날랠 용), '智'(지혜 지), '德'(덕 덕), '福'(복 복)을 제시하며 그 우열을 두었다. 오늘날 리더들에게는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勇는 커다란 종(甬)을 들 수 있는 힘(力)을 가질 만큼 강한 힘과 용기가 있어서 '날래다', '용감하다', '강하다' 등의 뜻을 가졌다는 해석이 있다. 또 종 안이 텅 비어 있는 모습에서, 어떤 것이든 뚫어버리는 힘과 용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한자를 보면 할리갈리라는 게임이 떠오르는데, 조건에 맞는 카드가 나오면 재빨리 종을 쳐야 이긴다. 이 게임에 필요한 빠른 상황판단과 의사결정 능력은 오늘날 리더에게도 무척 중요한 자질이다. 리더에게는 과감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신중함을 핑계로 의사결정을 질질 끌면서 시간만 허비하다가는 실패 확률만 더 올라간다. 경쟁사보다 먼저 빨리 종을 쳐야 시장에서 살아남는 스타트업이라면 특히 그렇다.
智는 날마다(日) 새로 아는(知) 능력이다. 예전에는 리더가 겪어온 방대한 경험과 지식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 지식도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한다. 예전에 유용했던 지식도 하루아침에 쓸모없는 지식이 되어버린다. 리더의 권위는 단순히 그 자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알고 판단할 줄 아는 능력에서 온다. 그런데 리더의 지식이 예전에 갇혀서 하나도 발전된 게 없다면 그 권위는 깨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리더가 보일 행동은 안 봐도 뻔하다. '라떼는 말이야~'하며 예전에 잘 나갔던 시절을 계속 떠올리며 어떻게든 자신의 권위를 지켜내려 애쓰는 꼰대가 되거나, 실력 있는 후배를 견제하며 정치질 하거나. 그런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면, 날마다 공부하고 새로 알아야 한다.
德은 곧은(直) 마음(心)으로 천천히 걸어가는(彳)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내고 승리를 쟁취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오늘날의 무한경쟁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을 갖춘 리더의 진면목은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데서 나온다. 잠깐의 유불리에 따라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에서 나온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주변의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질이다. 팀원이 실수를 하더라도 기회를 주고 기다려 주는 리더, 솔선수범하고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며 자발적인 열심을 이끌어내는 리더,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 책임인지를 먼저 따지기보다 해결에 집중하는 리더. 팀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하되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리더. 그런 리더를 흔히 덕장이라 부른다. 덕장을 만난 팀원들은 일할 맛이 난다.
福은 술이 가득 담긴 항아리(畐)를 놓아둔 제단(示)을 표현한 한자다. 즉 정성을 담아 신에게 복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다. 복장은 항상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뜻인가? 그것보다는 '기도를 하는 마음'에 더 포커스를 두어야 할 것이다. 진심으로 기도하는 자세처럼, 매사에 진정성으로 함께 일하고 사람을 대하는 리더다. 그런 리더에게는 매력이 넘친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니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 결과 훌륭한 팀을 이루게 된다. 자신의 부족한 틈을 메워줄 수 있는 인재들, 그들이 바로 리더에게는 큰 福이다. 흔히 복장을 운장(運將)과 일치시키며 운이 좋은 리더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 운도 가만히 있는데 그냥 생겨 날리 없다. 기도하듯 진실된 마음으로 주위 사람들을 대하고, 자신 스스로를 대한 결과다.
勇, 智, 德, 福에 대해 이렇게 해석하고 보니, 勇보다는 智를, 智보다는 德을, 德보다는 福을 더 강조한 이유가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다. 福으로 갈수록 리더 개인의 실력보다 주위의 사람들, 팀원들과 한 팀을 이루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역시 한 사람의 힘보다, 한 팀의 힘이 더 강하다. 그것을 만들어내는 리더야말로 최고의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