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미리' 잘 하자
그날 아침 따라 어기적거리다가 출근이 늦은 날이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지각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그런데 온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는지 지하철이고 버스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딱딱 맞게 바로 온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덕분에 여유롭게 사무실에 도착.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내가 승강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지하철 문이 닫혀버리고, 저 멀리 정류장을 떠나가고 있는 버스를 안타깝게 지켜만 보는 날도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헐레벌떡 뛰어가서 가까스로 지각하지 않고 safe! 참,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지하철과 버스의 도착 시간이라는 변수가 나의 지각 여부를 결정한 셈이다. 그럼 지하철이 늦게 오는 건 아닌지, 버스가 늦게 와서 지각하는 건 아닌지, 그렇게 늘 전전긍긍하고 걱정하며 살아야만 하는 걸까? 아니다. 그저 10분만 더 일찍 집을 나서면 된다. 평소보다 좀 더 빨리 준비해서 여유를 갖고 출근을 하면 지각할 확률은 그만큼 확 내려간다. 지진처럼 정말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 같은 것만 아니라면, 내 작은 노력이 아주 조금이라도 분명히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急'(급할 급)이라는 한자의 유래를 보면, 떠나는 사람을 쫓아가며(刍) 붙잡는 마음(心)을 표현한 한자라고 한다. 눈앞에서 버스가 떠나고 있을 때 마음이 조급해져서 급히 뒤쫓아 뛰어가는 마음이다. 다행히 뛰어오는 나를 본 기사님이 멈춰주신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보통의 경우 버스는 그대로 떠나버린다. 버스든, 사람이든, 이미 떠나버린 뒤 잡으려 하면 마음만 조급해질 뿐이다. 역시 최선의 방법은 버스든, 사람이든, 떠나기 전에 잡는 것이다.
急과 반대의 뜻을 가진 한자는 '徐'(천천히 서)다. 천천히 걸어가는(彳) 여유로움(余)이다. 그 여유는 평소에 미리 잘하고, 평소에 미리 열심히 하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버스가 떠나기 전에 여유롭게 도착하고, 사람이 떠나기 전에 잘 대한다면, 웬만해서는 버스도 사람도 놓칠 리 없다.
버스가 떠난 뒤 발을 동동 굴리며 손 흔드는 것은 부질없는 행동이다. 그러고 싶지 않다면, 평소에 미리 잘 하자. 그러면 천천히 여유롭게 가더라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