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욱 Jun 28. 2022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 마주칠 순간들

대기업을 다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흔하다. 스타트업 시장이 커지면서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의 충원이 많이 필요해졌고, 대기업에서 관련 경험을 쌓은 직원들을 적극 채용하는 까닭이다. 자금력에서 쪼달리기 마련인 스타트업이 많은 연봉을 줘서라도 대기업 출신을 뽑으려 하는 이유는 뭘까? 결국 그 스타트업이 아직 갖추지 못한 것들을 그 대기업 출신 직원이 채워주고 안착시켜 주길 바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 말은 곧 스타트업에는 갖춰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기업 출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 아마 깜짝 놀라게 될 부분들, 그중에서도 딱 3가지만 짚어보자.


1. 시스템이 없다.

대기업은 이미 훌륭한 시스템들이 모두 구축된 상태이다. 그 시스템을 활용해서 업무 하는 방법만 배웠지, 그 시스템이 어떻게 세팅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구축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더구나 시스템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비용 규모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같을 수 없다. 스타트업에 그나마 구축된 시스템도 대기업에서 쓰던 것보다 훨씬 불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기업 다닐 때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쫙 나오던 숫자를, 스타트업에서는 엑셀로 열심히 계산하고 있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 체계가 없다.

체계가 없다는 건 무슨 말일까? 업무규정이 없는 것? 매뉴얼이 없는 것? 조직도가 매주 단위로 바뀌는 것? 사실 다 맞는 말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협업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아닐까 싶다. 회사에 직원이 한 명만 있다면 별다른 체계가 필요 없다. 그냥 그 사람이 혼자서 다 알아서 판단하고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직원수가 늘어나고 서로의 업무 역할이 생기기 시작하면, '협업'의 개념이 매우 중요해진다.


"출장을 다녀왔는데 비용 처리 절차를 어떻게 해야 하지?"

"코로나에 걸렸는데 누구한테 얘기를 해야 하지?"

"이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써보고 싶은데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


이런 질문이 생겼는데, 누구와 협의해서 처리하면 될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체계가 없다는 반증이다. 체계는 결국 내가 맡은 이 일을 누구의 승인을 받고, 누구의 협조를 받아 진행하면 효율적으로 더 잘 해낼 수 있을지 알려주는 지도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 지도가 없거나, 작성해 나가는 중이다.


3. 업무분장이 없다.

대기업에서는 정확한 업무분장이 있고, 내 일, 네 일이 구분되어 있다.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그레이존을 최대한 없애주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자기 일이 아니라고 미루다 보면 구멍이 나기 십상이니까.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런 업무분장 없이 일한다. 축구로 치면 토털사커다. 공격도 하다가, 수비하러 내려왔다가, 심지어 골키퍼나 감독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축구선수한테 야구를 안 시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사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그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라 볼 수도 있다. 아직 직원이 스무 명도 안 되는 회사가 회계담당, 세무담당, 자금담당, 급여담당, 채용담당, 총무담당, 교육담당 등등의 직원이 다 따로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잘 짜인 업무분장 아래에서 일을 하는 게 익숙한 대기업 출신 직원이 처음 이 상황을 마주치면 백이면 백 당황하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에는 이것 외에도 없는 것들이 많기에 처음에는 무척 불편하고 힘들다. 결국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없는 것들 때문에 스타트업 회사가 대기업 출신을 채용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이 없으니까 이런 걸 해주세요"하고 그 직원을 뽑았는데, "이런 것들이 없어서 일을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는 건 사실 모순적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일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임플란트를 박는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회사는 그런 것을 기대하며 자신을 채용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다만 그렇기에 회사도 그가 스타트업 회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는 주어야 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최고로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의심의 눈초리보다는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낯선 환경을 견디고 빨리 적응한다. 그리고 회사가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어렵게 뽑은 직원이 오래지 않아 퇴사해버리면, 그 개인의 커리어에도 흠집이 생기지만 회사에도 손실이다. 물론 그 기다려 주는 시간을 무한정 가질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성과를 내라고 닦달을 할 것 같으면, 그냥 처음부터 뽑지 않는 편이 서로를 위해 더 낫다.


#오늘의JOB생각 #스타트업 #직장생활 #직장인 #대기업 #스타트업이직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회사의 단점, 그리고 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