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욱 Jul 18. 2022

시작이 반이다? 마무리도 반이다!

재무 업무에 고충이 따르는 이유는 회사의 모든 프로세스 중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돈 버는 구조를 단순화해보면 "영업" - "계약" - "재화(용역) 공급" - "대금 청구(매출채권 발생)" - "대금 입금"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때 재무 담당자의 역할은 주로 가장 끝 단계인 "대금 입금"에 위치한다. 그런데 그 전 단계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이 제때에 제대로 회수가 안되면 회계장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무 담당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해당 거래처 담당자를 독촉하고, 직접 거래처에 연락을 해보기도 한다. 혹시라도 거액의 채권 미회수가 제일 앞단의 "영업" 단계에서 그런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단 매출부터 일으켜보자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면 재무 담당자는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돈이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여러모로 리스크가 많아 보이는데도 계약부터 맺고 와서 재무팀에 이거 빨리 돈 나가야 한다고 독촉하면 재무 담당자는 난감하다. 특히 높으신 분 지시사항이라 하면 돈을 빨리 안 내보낼 수가 없다. 일단 리스크가 어느 정도일지 빨리 체크해보고,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답을 만들어야 한다. 물은 앞에서 엎질렀는데, 주워 담는 건 뒷단에 있는 재무팀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불평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회사 업무 프로세스상 가장 뒷단에 위치한 재무팀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재무 업무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 앞에서 잔뜩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 수습하는 사람들이 재무 담당자들이다. 회사의 모든 영업활동은 '재무제표'라는 최종 결과물로 집약되기 때문에, 그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가진 재무 담당자들이 회사 업무 프로세스의 마무리도 책임져야만 하는 것이다. 큰 무대를 빌려서 행사를 벌였다고 생각해보자. 행사가 끝난 뒤 가장 끝까지 남아 정리 정돈하고 문을 닫는 사람들이 재무 담당자들이다. 나중에 임대인이 무대 상태를 점검하러 왔을 때, 그에게 관심 있는 건 행사를 얼마나 즐겁게 했는지가 아니다. 얼마나 무대를 깨끗하게 잘 정리해서 반납했느냐에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마무리'이다. 비록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책임자는 재무 담당자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반드시 시작이 있다. 시작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 한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다. 그 마무리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그 시작의 의미와 가치도 달라진다. 어떤 인연이 '기연'이 될지 '악연'이 될지도 결국 그 관계의 끝이 어땠는지에 달려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시작과 마무리는 늘 동시에 중요하다. 회사에도 일을 벌이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고, 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일을 벌이는 사람과 일을 수습하는 사람이 함께 공존하고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조직이 건강하다. 일을 벌이는 사람만 있으면 혼돈의 도가니가 펼쳐질 테고, 일을 수습하는 사람만 있으면 정체된 상태로 성장이 없을 테니까.


나는 일을 벌이길 좋아하는 사람인가, 일을 수습하는 걸 잘하는 사람인가.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당신은 그곳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고, 당신과 반대의 성향인 사람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 시작에 있는 사람도, 마무리에 있는 사람도 서로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마땅하다.


시작이 반이다. 그리고 그 나머지 절반은 마무리다. 시작과 마무리가 훌륭하면 그 과정과 결과도 훌륭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JOB생각 #직장인 #직장생활 #시작 #마무리 #시작이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웅녀처럼 성장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