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왕 같은 리더, 우맹같은 팀원.
優孟哭馬(우맹곡마)
- 우맹(優孟)이 말을 위해 통곡하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장왕 때 우맹(優盟)이라는 악공이 있었다. 왕에게는 무척 아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너무 잘 먹인 나머지 비만으로 죽고 말았다. 왕은 신하들에게 말을 위해 대부의 예를 갖추어 장례를 치르도록 명령했다. 뜻있는 신하들이 반대하자, 왕은 한번 더 이 사안에 대해 간언 하면 죽이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더 이상 누구도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있는 상황. 우맹이 이 얘기를 듣고는 궁궐에 들어와 대성통곡을 한다. 왕이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우맹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게 왕께서 아끼시던 말인데 겨우 대부의 예를 갖춘 장례라니, 너무 초라합니다. 임금의 예로써 장사를 지내야 마땅합니다. 병사들과 백성들을 동원해 무덤을 조성하고, 이웃나라에 부음을 전하고,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대왕께서는 사람은 천하게 여기고 말은 귀하게 여긴다 생각하게 될 겁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장왕은 자신의 잘못된 명을 철회한다.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나의 생각을 상대방의 언어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낱 짐승의 죽음에 대해 '대부의 예'를 갖추어 무덤을 만들고 신하들에게 상복을 입도록 명한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지시였다. 이미 비상식적인 생각에 빠진 장왕에게 상식적인 말로 반대해봐야 그 말이 제대로 들어 먹힐 리 없었다. 이때 우맹은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사안에 접근한다. 자신의 생각을 장왕의 언어로 이해시키는 것, 즉 '대부의 예'에서 더 나아가 '임금의 예'로 장사를 지내야 한다고 한술 더 뜬 것이다. 그제야 짐승을 '대부의 예'로 장사 지냈을 때 어떤 후폭풍이 발생할지 깨달은 장왕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명령을 철회한다.
자칫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으로 임금의 잘못을 돌이키게 만든 우맹의 실력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한편 그 조언을 듣고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되자 바로 그것을 인정한 장왕도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우맹이 아무리 대단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한들, 장왕에게 그것을 들을 귀가 전혀 없었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우맹을 비롯해 자신에게 간언을 아끼지 않은 뜻있는 신하들이 그 주위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장왕은 훌륭한 리더였다고 볼 수 있겠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대표는 직원과 함께 일해야 한다. 1인 조직이 아닌 이상, 리더는 팀원과 함께 일해야 한다. 이 말은 그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견도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팀원들의 의견이 늘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잘 경청할 때 얻을 수 있는 유익은 좀 더 넓은 시야로 사안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좀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아낌없이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는 팀원을 늘 곁에 두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넓은 시야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리더에게 요구되는 실력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팀원을 내 곁에 둘만한 아량, 그리고 그 팀원의 말이 '쓴소리'인지 '내부총질'인지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 초나라 장왕은 우맹같은 사람을 곁에 둘 줄 알았고, 그의 말을 쓴소리로 판단할 줄 알았기에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어느 조직에나 우맹같은 사람은 반드시 있다. 만약 우맹같은 이는 한 사람도 없고 간신배 같은 사람만 득실거리는 조직이라면, 그것은 리더가 그런 사람만 곁에 두었기 때문이다.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한 쓴소리조차 내부총질이나 그냥 듣기 싫은 말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라면 그 미래는 매우 암울할 것이다.
세련된 방식으로 쓴소리를 한 우맹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 쓴소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사결정을 바로 잡는데 까지 나아간 장왕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장왕 치세 때 초나라가 중원의 패권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 조직에는 우맹같은 팀원이 있는가? 장왕같은 리더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