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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Oct 29. 2023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아들이랑 읽고 싶어서 쓰는 한국사 (2) - 신석기시대

돌로 만든 도구를 주로 사용하던 석기시대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크게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로 나뉜단다.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도구 사용 능력과 더불어 생활 수준도 크게 달라지게 돼. 구석기시대에 사용하던 도구를 뗀석기라고 불렀는데 돌을 깨뜨리면서 떼어냈다는 뜻이야. 이렇게 주먹도끼나 긁개, 찍개 같은 도구들을 만들어 사냥도 하고 살림살이에도 이용했지. 하지만 돌을 깨뜨리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거야. 신석기시대가 되면 돌을 갈아서 원하는 모양의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을 간석기라고 부른단다. 그저 돌을 깨뜨리던 수준에서 갈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일까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구석기시대가 70만 년 전에 시작되었고 신석기시대가 1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이 정도의 기술적 진보를 이루는데도 무려 수십만 년이 걸린 거야.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지만, 사실 과거 엄청난 시행착오와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거지. 세상의 어떤 것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없어.


신석기시대에는 이전보다 정교한 도구를 많이 만들게 되는데, 대표적인 게 빗살무늬토기야. 곡물을 보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토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맞아. 보관이 필요할 정도로 이전보다 곡물량이 늘어났다는 뜻이겠지. 구석기시대에는 수렵과 채집을 하며 먹고살았어. 과일나무에서 열매를 따거나 짐승을 사냥하며 음식을 구한 거야. 그러다 열매를 다 따먹거나 더 이상 사냥할 짐승이 안 보이면 먹을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겠지.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굴이나 바위 그늘, 또는 그늘이 없는 강가 근처에서는 나무줄기로 간단히 지은 막집에서 생활을 했어. 그날 먹을 것을 그날 구해서 먹는 형편이었으니, 음식을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한 도구도 딱히 필요는 없었을 거야. 그러다가 신석기시대가 되면 보관이 필요할 만큼 먹을거리를 더 잘 구할 수 있게 되면서 토기도 필요하게 된 거지. 이런 변화가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신석기시대 때부터 농사짓기와 목축이 처음 시작된 거야. 사람들이 식량으로 사용할 동식물을 자연에서 그대로 얻는 단계를 넘어 직접 재배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된 거지. 조와 피, 수수같이 비교적 경작이 쉬운 작물이 이때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인류의 생활양식을 완전히 바꿀 만큼 놀라운 사건이어서 '신석기혁명*'이라고 불러.


신석기시대부터 농사가 시작되었으니, 농사에 필요한 도구들도 발달하기 시작했겠지? 돌도끼로 나무를 베어내고 돌괭이*로 땅을 일구었을 거야. 씨를 뿌리고 추수할 때가 되면 돌이나 뼈로 만든 낫으로 곡식을 수확했어. 갈판 위에 곡식을 놓고 갈돌로 밀어서 껍질을 벗긴 다음 가루를 내어 토기에 넣고 조리해 먹고. 냄비에다 수프가루랑 물을 넣고 끓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가지?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저녁밥을 해 먹는 장면은 신석기시대부터 제대로 시작된 거라 볼 수 있겠구나.


이제 더 이상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었어. 정착생활은 주거 형태에도 변화를 불러왔단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주로 움집이라는 곳에서 살았다고 해. 아빠랑 예전에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가서 봤던 그 집 기억나니? 땅을 파고 평평하게 다진 곳 중앙에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로 덮었던 그 집 말이야. 움집 안에는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덕이 있었고, 환기가 잘 되도록 환기구도 있었단다. 사람들이 모여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씨족사회라는 것이 형성되었어. 씨족사회라는 건 같은 조상을 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이 함께 모여있는 사회를 뜻해. 우리 집안은 평산 신씨인데, 평산 신씨를 가진 사람들만 모여있는 마을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씨족사회인 거야. 씨족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공동체에서 가장 연륜과 경험이 많은 어르신이 지도자가 되었겠지? 그리고 여러 씨족들이 모여서 좀 더 큰 단위를 이루기도 했는데, 그걸 부족사회라고 불러. 


신석기시대에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고 보관이 필요할 만큼 식량도 늘어났지만, 구석기시대에 비해 늘었다는 것이지 식량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했다는 뜻은 아냐. 사냥과 채집, 물고기잡이 같은 활동도 여전히 함께 병행해야 했단다. 그 때문에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는 평등한 공동체 사회였다고 해.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생산하고 분배하는 방식이 생존에 좀 더 유리했을 테니까. 그리고 아까도 봤지만 신석기시대는 부족사회, 씨족사회 중심이었으니 같은 혈연을 가진 가족이 중심이었어. 가족끼리 귀족과 노예 같은 신분을 나누는 일은 없었겠지.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계급사회가 나타난 건 신석기시대가 지나고 나서 일인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하도록 하마.


신석기시대에는 원시적인 가내수공업도 조금씩 발달하기 시작했어. 가락바퀴라는 도구를 만들어서 실을 만드는데 썼고, 날카로운 뼈로 만든 뼈바늘로 옷을 짓기도 했지. 신석기시대에 사람이 옷도 지어 입고, 식량도 스스로 생산하고, 오랫동안 정착해서 머물 움집도 만들 수 있게 된 걸 보면 구석기시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이 오지? 자연을 거의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데 그쳤던 구석기시대와 달리 신석기시대부터는 조금씩 자연을 이용하고 가공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거야. 신석기혁명이라는 말이 생겨난 건 의식주 전반적으로 우리 인류의 삶에 큰 변화가 왔기 때문이야. 물론 그 중심에는 농경과 목축이라는 먹을거리 문제 해결이 있었던 것이고. 예나 지금이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먹고사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먹고사는 문제가 그 시절에도 정말 중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건 당시 사람들이 남긴 예술품이나 그림을 통해서야. 공주 석장리와 단양 수양개에서는 구석기인들이 고래와 물고기 등을 새겼던 조각이 발견되었어. 또 신석기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바위그림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무척 유명해. 국보 285호로 지정되기도 한 이 바위그림은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동물들의 그림을 커다란 바위에 생생하게 새겨놓은 것이 특징인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고래사냥을 표현한 그림이래.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떤 도구를 이용해 어떤 방식으로 고래를 사냥하고, 또 그렇게 잡은 고래를 함께 분배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거든. 당시 사람들은 왜 이런 그림을 그려놓았을까? 가장 큰 이유는 동물들을 그리면서 사냥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사냥하는 방식까지 같이 그림에 넣은 이유는, 사냥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시청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구석기시대의 동물을 새긴 조각이나, 신석기시대의 고래사냥 그림이나 그것을 만들었던 마음은 같았을 것 같아. 사냥을 많이 하고 먹을거리도 많아져서 함께 먹고사는 우리 가족들 배불리 먹고살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빠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우리 지환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우리 가족들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잘 살아가고 싶은 그런 마음처럼 말이야. 그런 아빠엄마의 마음이나, 그 석기시대 원시인이었던 아빠엄마의 마음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야. 그런 마음이 예전부터 똑같이 계속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사람의 삶도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고, 인류의 역사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위화 작가의 『인생』이라는 소설을 흥미롭게 읽은 적 있어. 이 책을 읽고 아빠가 느꼈던 건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에 있구나'라는 점이었어. 누군가를 위해서 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살고, 대단한 이념을 위해 사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만, 어떤 대단한 명분을 갖다 붙인다 해도 그런 것은 모두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해. 사람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만으로 훌륭한 삶인 거야. 우리 아들이 이 순간에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든, 신나게 즐기며 놀고 있든, 너무 힘들어서 울고 있든, 그 모든 것이 너의 삶을 충실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들인 거지. 


아빠랑 구석기,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에 대해 살펴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니? 그 당시에는 글자도 없고 기록도 없었기에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것이 사냥이든 농사든,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과 의지만은 충분히 읽히지 않니? 그 마음이 계속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후손인 지금의 우리도 있는 것이고 인류의 역사도 계속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거야. '지금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 우리 인생에 있어서 그것보다 소중하고 숭고한 것은 없단다.


지환아, 우리 인생에서 무언가를 성취해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중요한 건 지금 현재의 내 삶을 충실히 잘 살아가는 거야. 네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넌 엄마와 아빠에게 매우 큰 기쁨이고, 또 네가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단다. 그러니 설혹 살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가 오더라도 이 사실을 잊지 마렴. 지금 이 순간을 꿋꿋이 견디며 살아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넌 이미 너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실을 말이야.


#아들이랑읽고싶어서쓰는한국사


* 혁명(革命) :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 괭이 : 땅을 파거나 흙을 고르는데 쓰는 농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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