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욱 Nov 04. 2023

차별은 왜 생겨나게 되었을까?

아들이랑 읽고 싶어서 쓰는 한국사 (3) - 청동기시대

신석기시대를 지나고 기원전 2000년~1500년경 쯤에 한반도와 만주 지역에 청동기시대가 도래해. 청동이란 구리와 주석을 섞어서 만든 금속을 뜻하는데, 이전까지 돌밖에 사용할 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 단단한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한 거야. 다양한 모양의 청동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거지. 하지만 모든 도구가 돌에서 청동으로 대체된 것은 아냐. 일단 청동을 만드는 재료 자체가 구하기 어려웠고, 그 금속을 엄청 센 불에다 녹여서 거푸집*에 넣어 만드는 기술은 꽤 까다로웠거든. 청동은 귀했기 때문에 주로 무기와 제사용 기구, 거울, 장신구 같은 것을 만드는 데 사용했단다. 농기구처럼 많이 쓰이는 물건들은 여전히 흔한 돌(간석기)로 만들었지. 자, 그럼 여기서 퀴즈! 귀한 청동으로 만든 물건들은 누가 썼을까? 맞아. 매우 귀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일부 지배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어. 특히 번쩍거리는 청동 거울과 신령한 소리를 내는 청동 방울은 지배자의 장신구인 동시에 제사용 기구이기도 했지. 지배자들이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된 거야.


자, 신석기시대와 비교했을 때 뭔가 좀 분위기가 달라진 게 느껴지지 않니? 신석기시대는 평등한 공동체 사회였으니 웬만한 물건들도 다 함께 나눠 썼을 텐데, 청동기시대의 귀한 청동 제품은 일부 지배자들만 사용했다고 했잖아. 특권을 누리는 지배층이 있는 사회, 계급사회가 출현하게 된 거야. 그럼 이 계급사회는 어쩌다 출현하게 된 건지 과정을 추적해 보도록 하자.


역사학자들은 계급의 출현 이유를 '잉여 생산물'때문이라고 분석해. 청동기시대가 되면 일부 저습지에서 벼농사가 시작되는 등 농업기술이 이전보다 발달하게 된단다. 그러면서 수확하는 식량도 예전보다 더 많아지게 된 거지. 그래서 부족 사람들이 나누어 먹고도 남는 식량이 생기는데, 이걸 잉여 생산물이라고 불러. 남은 식량은 또다시 공평하게 분배하면 좋았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 힘이 센 사람들이 그것을 독차지했거든. 그들은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사유재산'을 형성하게 돼. 힘센 사람은 점점 더 많은 사유재산을 쌓고, 힘이 약한 사람은 겨우 먹고 살 정도의 생활만 할 수 있게 되다 보니 빈부격차가 심해졌을 것이고, 그러면서 계급도 생겨나게 된 거야. 힘세고 재산도 많은 사람들은 지배계급이 된 거지. 그렇게 부족에서 가장 힘센 지배자가 되고 나니, 이제는 근처에 사는 다른 부족이 가진 재산도 탐나기 시작했을 거야. 그래서 정복전쟁이 일어나게 돼. 강력한 청동 무기를 가진 부족은 여전히 돌멩이로 싸우는 부족들을 차례차례 정복해 나갔지. 그렇게 여러 부족을 통합한 매우 강력한 지배자가 출현하는데, 그가 바로 군장이야.


이 강력한 지배자는 자신이 무척 특별하고 권위 있는 사람이라고 뽐내고 싶었을 거야. 그래서 당시 최첨단 청동 무기였던 비파형 동검*을 번쩍 들어 자신이 정치적 지도자임을 보여주면서, 청동 거울을 번쩍거리고 청동 방울을 흔들면서 동시에 종교적인 권위도 갖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했을 테지. 이 강력한 권력자는 죽어서도 그 권력이 영원하기를 바랐을 거야. 그래서 자신의 무덤도 엄청 거대하고 위용 있게 만들고 싶어 했지.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는 커다란 고인돌은 바로 그들의 무덤이야. 작은 고인돌도 있지만 큰 고인돌은 그 무게가 무려 300톤에 이르기도 한다는데, 가족친지 수십 명끼리 힘을 모아 만들 수 있는 규모가 아니래. 무려 수천 명이 동원되었을 것이라 하는구나. 커다란 돌을 옮겨서 고인돌을 만드는 노역*은 분명 힘든 일이었을 거야. 그 힘든 일에 수천 명을 동원할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권력이 무척 강했다는 뜻이겠지.


지환아, 청동기시대 때 계급사회가 생기고,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생기며, 특권을 누리는 생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의미는 곧 누군가를 차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야. 이러한 차별의 역사는 수천 년 동안 더욱 공고해지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어. 이제는 국민 모두가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시대가 되었지만, 차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단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차별받고, 여자라서 혹 어떤 경우엔 남자라서 차별받고, 장애가 있거나 출신지가 다르다고 차별받고,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받고... 정말 수많은 차별들이 지금도 세상에 존재한단다. 차별은 옳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래도 차별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아빠는 그 이유가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좀 더 쉽게 말하면, 만들 수 있는 초콜릿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그걸 먹고 싶은 사람들은 무척 많은 상태인 거야. 그럼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 되지 않냐고? 그러면 좋겠지만, 차별이 시작되었던 청동기시대를 다시 떠올려 보자. 그때도 차별이 생긴 건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었어. 오히려 식량이 더 많아져 남는 식량이 생겨나면서부터였지. 결국 차별을 만들어낸 건 '사람들의 욕심'인 거야. 초콜릿 10개와 그것을 먹고 싶은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초콜릿 하나씩 각자 나눠주면 좋을 텐데, 누군가는 5개, 누군가는 2개, 그리고 나머지 3개를 남은 8명이 서로 쪼개어 먹는 역사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내려온 거고, 이제는 그것을 당연시하는 세상이 된 거지.


지구 전체의 식량 생산량을 합하면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하대. 그런데 지금 지구 한쪽에서는 엄청난 음식이 버려지고,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 비현실 같은 현실이 일어나고 있어. 그 말은 곧 식량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청동기시대 때 시작된 차별의 역사가 지금도 현재진행 중임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는 거지.


그러면 사람들에게 자원을 평등하게 분배해 주면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걸까? 실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사상을 공산주의라고 해. 하지만 100년간에 걸쳐 이뤄졌던 이 공산주의 실험은 이제 실패한 사상으로 결론난듯 하구나. 사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많이 누리고 싶은 것은 사람이 가진 가장 기초적인 이기적 욕망인데, 그것을 억지로 통제하려 했더니 오히려 훨씬 많은 부작용이 속출하게 된 거야. 가만히 있어도 초콜릿 1개를 받을 수 있고, 더 노력한 만큼 더 받는 것도 아니라면 누구라도 초콜릿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하지 않겠지. 애써 초콜릿을 만들려는 사람이 사라지면 초콜릿 자체도 사라질 테고 결국 아무도 초콜릿을 먹을 수 없게 되는 거지. 공산주의 실험의 실패가 보여준 교훈은 결국 '사람은 이기적인 욕망을 가진 존재다'라는 점이 아니었을까 싶어. 아빠가 아까 차별을 만든 건 '사람들의 욕심'이었다고 말했지만, 그 이기적인 욕망이 더 많은 초콜릿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거지.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망 그 자체가 사회의 부를 증대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차별을 만들고 재생산해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야. 꾸준히 식량생산이 늘어나면서도 누구 하나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아마도 차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고민해 온 문제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걸 보면 참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 지환아, 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아들이랑읽고싶어서쓰는한국사


* 거푸집 : 만들려는 물건의 모양대로 속이 비어 있어 거기에 쇠붙이를 녹여 붓도록 되어 있는 틀.

* 비파형 동검 : 청동기 시대의 무기. 중국에서 들어온 악기인 비파를 닮아 ‘비파형 동검’이라고 부름.

* 노역(勞役) : 몹시 괴롭고 힘들게 일함. 또는 그런 노동.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