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욱 Oct 22. 2023

그때, 그곳에도 사람이 살았단다.

아들이랑 읽고 싶어서 쓰는 한국사 (1) - 구석기시대

지구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을까? 성경에서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나서 6일째 되던 날 사람도 창조되었다고 설명하지만, 과학자들은 다른 관점으로 설명해. 우리가 사는 행성인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살이고 사람은 약 390만 년 전쯤에 처음 출현했다고 하니까. 이 최초의 인류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불러. '남쪽에서 발견된 원숭이'라는 뜻인데,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견이 되었거든.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다른 짐승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두 발로 걸을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 강아지는 네 발로 걸어야 하지만, 사람은 두 발로 걸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두 손을 쓸 수 있게 된 거지. 두 손을 쓸 수 있다는 건 네 발로 걸을 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목이 마를 때 냉장고 문을 열어서 물을 꺼내 마시는 것은 우리 사람한테는 무척 쉬운 일이지만 강아지는 할 수 없지? 그것만 봐도 두 손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사람만이 갖게 된 놀라운 혜택인거지.


인류가 진화해 온 길은 점점 더 두 발로 잘 설 수 있게 되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약 25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 하빌리스는 '손을 사용하는 사람' 또는 '도구를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시간이 흘러 약 18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는 '곧선사람'이라는 뜻이야. 이전보다 더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어서 이제는 빨리 달릴 수도 있게 된 거지. 약 50만 년 전에는 인류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불을 발견하고 다룰 수 있게 된 거야. 불은 추위와 맹수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었고, 고기를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었어. 삼겹살 구워 먹는 재미를 드디어 깨달은 거야! 약 20만 년 전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인데, 현재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구나. 이처럼 인류의 진화는 "직립보행* - 자유로운 손의 사용 - 도구의 사용 - 불의 사용"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거쳐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난 것이라 볼 수 있어.


그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에는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을까? 학자들은 약 70만 년 정도 전부터 이곳에서 사람들이 살았다고 추정해. 호모 에렉투스 시절이지. 한반도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때를 구석기시대라고 불러. 그리고 그 후로 시간이 훨씬 많이 지나고 나서인 기원전 8000년경부터를 신석기시대라고 해. 구석기(舊石器)는 '오래된 돌 도구'라는 뜻이고 신석기(新石器)는 '새로운 돌 도구'라는 뜻이야. 신석기도 물론 지금 기준으로는 옛날 도구겠지만, 구석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도구였다는 거지. 어쨌든 돌을 도구로 사용하는 시절이었는데, 돌도끼를 들고 '우가우가!' 외치는 원시인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이 시절이었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한반도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북한 지역에서 발견된 '덕천인'과 '역포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략 10만 년 전 사람으로 밝혀졌대. 이중 역포인은 너의 동생뻘 되는 7-8살 정도의 여자 아이로 판명되었다는구나. 남한 지역에서도 인류 화석이 여럿 발견되었는데, 대표적인 게 충청북도 청원군 두루봉의 흥수굴에서 발견된 '흥수아이'야. 5살 정도의 어린이 뼈로 거의 완전한 상태로 발굴되었다는구나. 너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한편으로 슬픈 마음도 밀려와. 7-8살인 역포인도, 5살의 흥수아이도 그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야. 그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얼마나 슬픈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그곳에 묻어야 했을까?


지환아,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어. 수십만 년 전에도, 수천 년 전에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았다는 사실이야. 때로는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슬프고 화나기도 하는 순간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냈던 사람들이 지금처럼 그때도 존재했다는 사실이야. 그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온 것이 바로 역사인 거지. 맞아, 역사란 결국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란다. 그들이 살아갔던 삶의 방식은 지금과 많이 달랐겠지만, 적어도 사람으로서 가졌던 마음만큼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야. 그런 그들이 삶의 흔적과 기록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역사란다.


#아들이랑읽고싶어서쓰는한국사


* 직립보행() : 두 발로 서서 척추를 위로 꼿꼿이 세우고 걷는 것.

* 희로애락(喜怒哀樂) :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의 감정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