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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Sep 03. 2024

2-3. 배려(配慮)하는 마음

한자, <마음>에 대하여

출근하려는데 녹색어머니회 활동 때문에 아침 일찍 먼저 집을 나섰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비 올 것 같아. 우산 챙겨서 나가."


별것 아닌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아내의 목소리에서 깊은 배려가 느껴진다. 그 배려의 무게만큼 출근길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배려(配慮)는 '配'(짝 배)와 '慮'(생각할 려)로 이루어진 한자다. 그대로 뜻풀이를 하자면, '짝을 생각하는 것'이 배려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配는 '(닭 유)'와 '己'(자기 기)가 결합한 한자인데, 酉는 술을, 己는 사람을 의미한다. 술 옆에 딱 붙어서 잘 익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술은 잘 익어야 술이 된다. 너무 익으면 시어져서 먹지 못한다. 술이 잘 익고 있는지 살펴보는 누군가의 정성이 있어야만, 비로소 맛있는 술이 만들어진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런 정성과 보살핌을 기꺼이 행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바로 짝(配)이다.

 

는 '虎'(범 호)와 '思'(생각할 사)로 만들어진 한자다. 호랑이를 생각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호랑이가 매우 많았다. 오죽하면 "조선사람들은 1년 중 반은 호상(虎喪) 문상을 다니고, 반은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라거나 "조선의 1년 중 반은 사람이 호랑이를 사냥하러 다니고, 반은 호랑이가 사람을 사냥하러 다닌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니 호랑이를 생각한다는 건 상대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주름살이 지기 시작한 아들에게 노모가 "얘야, 차조심해라."라고 당부하는 그 부모의 마음과 같은 것 말이다. 


남편이 혹여나 출근길에 비를 맞을까 걱정되어 전화해서 챙겨주는 아내의 마음이 배려다. 그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금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게 되는 것, 그것 역시 배려다. '짝을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곧 배려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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