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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Sep 02. 2015

이미 시작된 축제

다만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모를 뿐. 일단 써보지 않을래요?

 9월 첫주라 아직은 여유롭다. 다음주부터는 이러기 어렵겠지. 그래서 마음껏 만끽하고 있다. 시한부 자유를. 이미 시작된 축제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 간직하고 있는 따스한 순간이 많을수록, 아름답게 살아갈 용기는 더 커질 테니까.


 요즘 틈틈이 브런치에 접속해 눈이 가는 글을 읽곤 한다.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얼굴도,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경험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인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로 그 사람과 만난다. 글을 통해서. 글 속에서 드러나는 작가는 주부이기도 하고, 대학생이기도 하고, 팔불출 아저씨, 변호사, 청소부, 전문작가, 만학도, 혹은 알 수 없음. 각자 얼굴 생김새가 고유하듯 글 또한 각양각색이다. 비슷할지언정 그 모양이 하나도 같은 게 없다.

 각자의 '글'은 세계다. 그리고 이를 담는 브런치는 '공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따뜻한 이미지가 펼쳐진다:

 15분 전, 8분 전, 1분 전.. 시시각각 글이 올라온다. 시시각각  마음속에 머무르던 세계가, 세상 밖으로 나와 펼쳐진다. 각자에게  허락받은 공간 안에서. 공간은 세계를 한데 그러모아 담아둔다. '공유'를 통해 세계를 나눈다. 여기저기 온전히 흩뿌려진 세계를, 링크를 통해 낯선 이가 마주한다. 그렇게 역사(사람)와 역사가 만난다. 대개는 나그네로 지나가지만, 어떤 세계는 어떤 이의 마음을 두드린다.
  이윽고 마음과 마음이 살결을 부빈다. 자기 안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은 듯 감응한다. 설렘으로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다른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 공간의 주인이 궁금해진다. 용기 내어 덧글을 달아본다. 답글이 달린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역사와 역사가, 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축제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걸 아는가 모르겠다. 축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우리가 어느 축제에 가야 할지 헤매고 있을 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작가이며 역사. 오늘은 어떤 세계와 공간을 만나게 될까?

제아무리 운영진이 걸렀다지만, 그걸 차차 하더라도,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은 많다.

 문청 시절, 내가 쓴 글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오만할 때가 많았다. 자기의 부족함은 보지 못한 채. 치기 어린 어린아이의 응석이랄까? 마치 자기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아는.. 지금은 감사하게도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조금 겸손해졌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따뜻하게 감상, 공감 혹은 비평하게 되었고, 나아가서 내 글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사랑을 기반으로 글을 다듬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수려한 글을 마주하면 마음 한구석에서 질투심이 일지만, 어쩌랴. 개성과 내공은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닌데. 그리고 나도 남들이 보기엔 특별한 내공이 있을 텐데(실제로 예전 블로그 시절 서로를 질투하며 글을  주고받은 친구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

 아직 베타 테스트 기간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희망해서 작가신청의 문을 두드리고, 받아들여진 사람들만 여기 글을 쓸 수 있다. 운영진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나는 모른다. 웬만하면 다 받아주는 것 같기도 한데,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야기도 들었으니 그렇지는 않은가보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행운아다. 거의 비공개로 운영했던 티스토리 주소를 넣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자신 없이 신청했었는데.). 아마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되면 기다리던 사람들도 합류하겠지? 그럼 올라오는 글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거고.. 기대된다. 더 많은 세계를 마주하게 되리라. 더 많은 축제가 열리게 되리라.



출처: http://onasaju.tistory.com/

종이 혹은 흰 웹페이지가 책상에, 화면에 펼쳐진다-

'작가의 벽'이 첫 문장을 가로막거나, 껌뻑거리는 커서가 유독 크게 보이며 문문(文門)을 막는다.

각자의 방식대로 장애물을 허문다. 심호흡을 하거나, 피식 웃거나, 일단 낙서라도 적거나..


글쓰기는 매번 어렵다. 그렇지만 일단 써보자.

왜냐하면, 아름다운 축제가 하나 더 시작될 테니까!


표지 출처: http://www.indica.or.kr/xe/people/4677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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