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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Dec 31. 2016

2016년, 내게 하고 싶었던 말

미사여구는 필요 없었다.

요 며칠 사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글을 적었다.

하고 싶은 말이 제법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무척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으니.


하지만 어째선지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다 헛바람, 뜬구름 잡는 소리 같고, 말만 번지르르.

기름이 잔뜩 낀 비계덩어리를 목도한 느낌이었다.

역설이었다. 글은 쓰고 싶은데, 막상 쓰고 나면 더 갑갑하여 고개를 젓는다니.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던 차에, 2016년에 쓴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빼곡한 일정. 약속. 기록. 새로 생긴 기념일 등등.. 서사의 연속.

'히야, 참말로 열심히 살았고만!' 추억에 잠겨, 뿌듯함에 젖어 배시시 웃었다.


다음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왜 그렇게 글을 쓰고 싶어했는지.

글을 통해 2016년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미사여구는 하나도 필요 없었다. 거창한 구조나 교훈도 필요 없었다.


나는 다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거다.


그간 고생했어.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2016년 한 해동안 고마웠습니다, 독자 여러분.

제가 늘 잊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요, 읽는 사람이 있기에 쓸 수 있다는 거.

2017 정유년은 만사형통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류아 올림


출처

표지: http://pixabay.com by "Buecherwurm_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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