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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Nov 27. 2016

"요즘은 왜 글 안 써?"

시국과 절망. 그러나 다시, 희망을 기대한다.

요즘은 왜 글 안 써?


 최근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매일같이 만나는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정말 오랜만에 본 사람들도 한결같이, 똑같이. 묻는다. 그러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말하는 순간까지도 하도 기가 막혀, 말꼬리의 축 쳐진 어조가 말줄임표보다 더 길게 늘어지곤 한다. 그런 모양을 보고 있던 상대는 예외없이 '그래 그래.'하는 맞장구나 표정으로 공감을 표한다. 그런 말이 오갈 때면, 누가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순간적으로 공황이 휘익 후려친다. 뒤이어 아이고.. 탄식이 나오는 건 종종 있는 반응. 혹은 큭큭거리거나, 푸흡 실소하기도 하고, 하! 막힌 폐를 뚫으려는 듯 기합이 들어가기도 하고, X발. 심지어 욕이 나올 때도 있다.



 글을 쓴다는 것. 더 나아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다수와 쓴 글을 나눈다는 건, 필경 목적이 있다.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고,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혹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항상 이 두 가지 큰 범주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글을 공유할 리가 없다. 만일 둘 다 아니라면, 애초에 비밀스런 노트나 일기장에 썼을 거다. 

 남이 읽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거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해선 아니다. 부차적인 데 불과하다. 글이 향해야 할 제1의 주안점은 자기 자신이다. 나부터 공감이 되어야 하고, 나부터 납득.설득.이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이야기에 무슨 힘이 있을까? 쓰는 사람도 고통이고 읽는 사람도 고통이다.


 나는 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 글을 나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질 거다. 나아질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힘을 내자..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 일상 등등의 서사 속에 녹여내어, 외치곤 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스스로에게조차 어떤 말을 건네지 못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부정부패와 비리가 드러나고, 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끔찍이 어그러진 악이 소름끼치게 웃고 있다. 놀라다못해 어안이 벙벙하다. 조만간 압도당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기에, 희망을 노래할 수 있던 몇몇 영역마저도 이미 오염됐다는 걸 깨달으면서, 혼란이 찾아왔다. 그러니 '요즘은 글을 안 쓸' 수밖에.


그러나 절망만 남은 건 아니다.


 나라가 뒤집히는 난리가 났지만 오늘도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다한다. 허무함이나 무기력에 빠져 나앉는다거나, 극렬한 폭동이 일어나 사회가 마비되는 일 없이, 일상이 흘러간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기 시간을 내어 함께 모인다. 평화적으로 시위한다.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위정자들을 주시한다. 변화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 위정자들은 우리더러 '개.돼지'라느니, '바람 불면 꺼질 것'이라느니, '일반인'이라며 조롱하지만, 오히려 다시 희망을 본다. 

 

 다시 글을 쓰며, 부디 우리 사회, 우리 나라가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희망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도해본다.

사필귀정(事必歸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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