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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Sep 16. 2015

마음결 더듬기

서로의 마음을 더듬어가는 불완전하고도 아름다운 손짓에 대하여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오랜 시간 알아왔던 듯한 사람들이 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서 더 알고 싶어 애쓰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속 깊숙이 펼쳐진 ‘마음결’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너를 알아, 나는 너를 이해해. 나도 너를 알아, 나도 너를 이해해.

 그런데 우리는 서로를 아직 잘 몰라.

 그래서 나는 너를 더 알고 싶어. 나도 너를 더 알고 싶어.


 서로가 서로의 마음결을 찾아 더듬는다. 때로는 조심스레, 때로는 과감하게. 그런데 마음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서, 우리는 대체로 조심스럽다. 상대의 말, 표정, 몸짓, 행동.. 간접적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신호’에 민감히 반응한다. 마음결을 느끼고 싶어서.


 이런 신호는 이런 겁니다. 저런 신호는 저런 거야. 이땐 이렇게 해야 해. 그렇지! 아니야. 맞아. 틀렸어. 그땐 어떻게 했더라.. 누가 그러는데.. 그랬었지. 통할까? 그럼! 글쎄..   

  

 전문가 혹은 숙련된 사람들이 쓴 책이나 조언을 열심히 참고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경험을 되짚기도 하고.. 상대를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친밀해지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오해했다가, 상처 입히고, 또는 입혔다가,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 하는데도 이런 일이 생긴다. 


출처: http://jessica-art.deviantart.com/

 왜 그러지? 이게 아니었나?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

 이런 마음이었는데.. 뭐 때문에 화가 났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걸까?

 너무 속상하다. 나를 좀 이해해주면 안 되나?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정말 모르는 걸까?

 내 마음을, 네 마음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하지?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다..


 외로워..

 

 우리는 자기 마음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서로를 오해할 수밖에. 그런데도, 그래도 우리들은 손을 뻗어 마음을 더듬는다. 과정이 쉽지 않다. 외롭고, 두렵고, 이게 맞는 걸까 의구심도 들고.. 위험천만한 곡예다. 하지만 계속한다. 용기를 낸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몸짓이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실은 상대방도 나와 같았다는 걸. 똑같이 외롭고, 두렵고, 무서웠다는 걸. 그리고 같은 마음결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출처: musicalscalpel.com

 나는 너를 더 알고 싶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그런데 두려워. 너에게 더 다가가도 되는 걸까? 거부당하면 어떡하지? 그래도 너를 더 알고 싶어..


 서로의 마음결이 와 닿는 순간만큼 놀라운 기적이 또 있을까. 서로에게 닿기 위해 오해와 오해를 거듭하다가, 이해를 넘어, 같은 마음이라는 걸 느끼는 기적.


괜찮아. 솔직히 나도 무서웠어. 너무 두려웠어. 그런데 같은 마음이라니 기뻐. 고마워.

너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도 괜찮을까?


부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서로를 위한 조심스러운 손짓이 아름다운 결실 맺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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