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꼭 필요한 외출을 한다.

하루 30분 산책의 의미

by 퍼스댁

Scott Morrison 호주 총리가 아래의 네 가지 경우가 아닌 경우 집 밖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발표했다.

Four acceptable reasons to leave the house

Shopping for what you need

For medical care or compassionate needs.

To exercise, provided it is in compliance with the gathering rules (no more than two people in a group).

For work and education if you cannot work or learn remotely.


무리 지어서 운동할 수 없다기에, 헬렌과 나는 1조 그리고 우리 뒤를 쫓아 줄리아와 벨라가 2조가 되어 South Perth로 향했다. 앞 뒤로 1.5m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꼭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호주 사람들은 평소에도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지만, 요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나오는 것 같다.


내 아이폰의 사진첩을 보면 하늘과 구름, 나무와 꽃, 잔디 등과 같은 자연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집, 담장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보라색 꽃

길을 걸어가다 예쁜 꽃이 피어 있으면, 예쁘게 변하는 구름의 움직임을 보면 사진을 찍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무한한 감사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걱정과 처리해야 할 일들은 구름에 뭉쳐 같이 흘러가고, 이렇게 숨 쉬고 있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사를 느낄 수 있다.

엄마의 카톡 배경 사진이 늘 꽃이나 나무, 산이었던 것이
나도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부터 불렀던

"삐약 삐약 병아리, 음메 음메 송아지, 뒤뚱뒤뚱 물오리"

그런데 나무도 소리를 낸다는 것을 요즘에 와서 알게 되었다.

집 앞 나무 아래 벤치에 가만히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때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강한 바람이 불면, 세게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나서 눈을 감고 들으면, 파도 속에 들어와 있는 그런 느낌이 든다. 산들바람이 불 때에는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자연을 마음껏 누리기가 쉽지 않았다. 집 앞에 있는 남산을 찾아가야, 한강을 가야 나무와 잔디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잔디가 있는 곳이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돗자리를 들고 와 앉아 있거나, [자연보호]를 위해 들어갈 수 없었다. 이 곳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공원이 있고, 잔디를 밟을 수 있고 그 자리에 앉아 잠시 쉬어 가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처음 호주 대학교에 갔을 때 캠퍼스의 잔디에 돗자리도 깔지 않은 채 학생들이 누워 낮잠을 자거나, 점심을 먹는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는 그 쿨함에 감탄했던 적이 있다.


서울에 살 때는 집 밖을 나오면 형형색색의 인조적인 색들로 덮인 간판을 제외하면, 회색과 검은색. 서 있는 두발을 내려다보면 회색의 아스팔트가, 눈을 들어보면 높은 빌딩들이 가득했다. 퍼스에 살면서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우리 구구(한국에 있는 반려견)에게 가끔씩 미안함이 많이 들 때는, 이런 자연을 나만 누리며 살고 있다는 이유에서. 우리 구구도 인조잔디가 아닌, 이 자연 그대로의 잔디밭을 마음껏 달리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가을풍경.jpg 집 가는 길에 찍은 퍼스의 가을

'색'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색: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강,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사람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봄에 예쁘게 핀 분홍색 벚꽃 같은 사람이 있고, 어두운 밤 차갑게 흘러가는 강 같은 사람도 있다. 문득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나는 어떤 색의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사람은 '사람'이라는 빛을 흡수하고 반사함에 따라 자신만의 색이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는 것 같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나는 어두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사람의 존재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나는 밝아진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임이 확실하다.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함께 할 때가 좋았다. 그렇기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만남의 결여는 우리를 점차 무채색으로 만들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출을 한다. 무채색 같은 삶에 자연의 색을 덧칠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하루를 완성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꼭 필요한 외출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