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한 여름 피서

by 한명화

책을 잡으면

끝까지 다 읽어야 했던 꼬맹이 소녀

국민학교 도서관 단골 되어

학교 수업 끝난 오후 시간 읽는 것이 모자라

몇 권씩 빌려와 밤새우며 읽었었다

책을 너무도 좋아하는 꼬맹이를

배려하신 정하준 교장선생님의 사랑으로

책을 빌려 집에 가져가 맘껏 읽었다


늘 함께했던 수많은 책

언제나 내편이 되어 울고 웃었는데

아내 되고 엄마 되고 작은 사회의 리더 되어

열심히란 말 앞세우고 전진 외치다 보니

어느 사이 해넘이는 많이도 넘어

머리에 서리 내리기 시작한 언제인가부터

책을 보려 하면

눈이 아프고 머리 아프고 가슴 쿵쾅거리고

도대체 손에 왜 들고 보냐며 기어이 내려놓아

내 곁을 멀찍이 떠났었다


며칠 전 딸아이

스마트폰에 앱 깔고 전자도서관과

e북을 소개해 주고는 글자크기도 조절해서 눈살 찌푸리지 않고 머리 아프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나의 손엔 전자책이 펼쳐지고 벌써 10여 권을 읽고는 마음 뿌듯하여 다시 책 한 권을 고르며

책을 다시 손에 들게 도와준 딸에게 감사하며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행복에 푹 빠져있다

더위의 심술도 이겨내며

한 여름 피서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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