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외로워서 그랬어

by 한명화

호수공원 이른 아침

호숫가 풀숲에 하얀 오리 한 마리

지나 밤도 혼자서 외로웠는데

혼자놀이 이제는 지쳐버렸는데

함께 할 친구가 그리웠는데

고개 들고 홀로 서서 눈빛 빛낸다


호수공원 장악한 열 마리 오리가족

물이랑 고르며 떼 지어 즐기는 풍경에

우두커니 바라보던 외로운 오리

부러움에

참지 못하고 풍덩 뛰어들며

함께 놀자 다가가며 눈빛 빛낸다


평화롭게 아침놀이 즐기던 오리가족

깜짝 놀라 거리 두며 물러나자

흰 오리 꺼이꺼이 슬픈 노래로

함께 놀고 싶다고 하소연 하지만

놀란 오리가족 세력 과시하며

가까이 오지 말라 꽥


그러게

무작정 덤벼들면 놀라지

천천히 가까이 가지 그랬어

아무리 외롭다고 들이대면 안 되지

세상사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단다

조심스레 한 걸음씩 다가가야 했어

가까이 가도 되는지 살펴 가면서

고개 떨군 흰오리 힘없는 한 마디

외로워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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