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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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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ug 27. 2019

이효석 생가에

메밀꽃 필 무렵은 그 단어만으로도 왜인지 가슴 설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뭘까?

순박함, 신선함. 아련함. 청순함 등등 좋은 말은 다 가져와도 그냥 거기에 있을 것 같은  그걸 찾아 이효석을 만나러 먼 길을 달려왔나 보다

봉평의 이효석 기림터에 도착하여 주차비도 없는 주차장에 기분 좋은 주차를 하고 먼저 문학관을 실컷 즐긴 후 그곳을 나와 200여 미터 떨어진 생가 가는 길에는 아직 어린 메밀들이 밭 가득 연록의 손짓으로 인사하는 정겨운 모습을 지나 도착하니 그곳에도 넖은 주차장이 있었다

입구에서 입장표를 보여주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들어서니 문 앞에 옛 장돌뱅이를 태우고 다녔을 작은 당나귀 한 마리가 깜짝 반기는 모습에 갑자기 소설 속으로 풍덩 빠져 웃음이 활짝 피어난다

그 곁을 지나 집에 들어서니 마당가에 작두 샘터가 있고 한 옆으로 둘레에 예쁜 여름꽃이 한창인 장독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장독대를 이곳에 옮겨온 듯 가슴 깊이 들어앉는다

처마 밑에 쌓인 장작더미 옆에 아무렇게나 서 있는 지게를 들쳐 어깨에 메보며 장난꾸러기가 되는 순간 짝꿍의 셔터 소리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옛 집의 모습은 어디나 비슷했는데 부엌 아궁이에 걸린 무쇠솥이 엄청 커서 작가님은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나 보다는 생각이 스친다

생가 옆에는  빛의 쇼로 옛 삶의 모습들이 비쳤는데 소설 속 배경들이 많이 보여 주어 한참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곳을 나오니 엄청난 트로이 목마? 아니 당나귀? 에 오르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 보니 안에서 잠시 쉬며 책도 앍을 수 있는 뜻밖의 쉼터였는데 먼저 올라왔던 가족의 아이들이 유난히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당나귀를 내려오니 바람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이효석하면 떠오르는 커다란 둥근 안경과 수많은 작품을 써냈을 거대한 만년필이 옆에 와서 기념사진 찍고 가라 부르고  바로 옆에는 바람의 언덕답게 수백 개의 바람개비가 환영의 파티를 열고 있었으며 이곳에 오면 누구나 동심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잠시 어린아이 되어 팔 벌려 바람개비와 함께 춤추며 마음속 삶의 찌꺼기들을 다 쏟아내고 행복한 미소 담뿍 가슴에 담고 발길을 돌린다

식사시간이 훌쩍 지난 탓에 너무 배가 고파 미리 보아 두었던 특별한 음식점에 밥 먹으러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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