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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께
동지 팥죽
by
한명화
Dec 22. 2019
12월 22일
역사를 꺼내면 길어져서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
동지 팥죽 먹는 날
어린 시절 동지에 어머니 부엌
찹쌀 새알 많이도 만들어 놓고
붉은팥은 푹 삶아 걸러 껍질 빼고 끓이다
불려 두었던 찹쌀이랑 새알이랑 넣고
가마솥에 휘저어가며 끓여서는
양푼이랑 대접
줄세워
두고
커다란 그릇으로 푹 퍼서
식구 많은 집은 양푼에 담아 보내고
식구 작은 집은 대접에 담아 보내던
어머니 부엌에서 심부름하던 꼬맹이 투덜투덜
'다 나눠 주면 우리는 무얼 먹냐고
맛있는 팥죽 한번 더 먹을 건데'
어머니는 웃으시며
팥죽은 복을 나누어 먹는 거라고
욕심부리면 복 못 받는다고 말씀 하셨는데
엊그제 마트에 팥이랑 찹쌀 사러 갔다가
팥죽 홍보하시는 분 작은 컵에 팥죽 담아 주시며
'요즘 팥죽 누가 끓여요
국산 팥으로 만든 팥죽 사다가 드세요
다들 그렇게 해요'라고
어라ㅡ그 말도 맞네 맛도 좋고
귀가 솔깃해서 팥죽 몇 봉지 사왔어
오늘은 동지
사다 둔 팥죽 데워서 아침 식탁에 올렸지
어쩌겠어
가마솥도 없고 팥도 삶아야 하고
떡집에 가서 사정하며 찹쌀가루도 사 와야 하고
그래 잘했어
정성은 따르지 못하지만 팥죽은 먹었잖아
왜 인지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 마음 다독이는 동짓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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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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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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