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문득ㅡ그녀는 어디에

by 한명화
작가의 싸인ㅡP.sophia.83

아주 오랜

아니 정확하게 35년 전인가 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사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원은 동네에서 으뜸으로 인정받았고 동네사람들이랑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었다

늘 북적이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까지 원 앞 길 옆에 모여 막걸리 한주전자 내놓으면 쌀집 아줌마는 안주거리를 내놓고 이야기 잔치가 끊임없었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했었다

어느 가을날

누군가 우리 원 앞에 두루마리 그림을 두고 갔고

출근길에 만난 이 성화는 가슴이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었는데 누가 이곳에 두었는지 버린것 같지는 않아 그냥 지나쳐 왔는데 왠지 자꾸 마음 쓰였었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에도 그곳에 두루마리가 있었고 어제보다 조금 험해졌기에 안타까움에 들고 와 지저분해진 곳을 조심조심 닦아서 창가에 잘 펴서 걸었는데 창을 통해 투과되는 빛에 보이는 그림은 너무도 멋진 작품이었다

주인이 나타나겠지 그동안 이곳에 걸어두어야지

그림을 바라보며 그린이는 어떤 사람일까 왜 이곳에 버려두었을까? 궁금했다

일주일도 더 지나 꾸밈없는 옷차림의 우수에 찬 여자분이 사무실 앞에서 기웃대는데 느낌으로 그림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들어오시라며 살펴보니 조금 이상이 있으신 듯 불안한 눈길로 조심스레 들어와서 창가에 걸린 그림을 보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이 그림은 자신이 그린 것이고 이 싸인은 자신의 것이라며 본인은 이 그림을 간직할 수가 없어 아마도 원장님이 이 그림을 보시면 잘 간직해 줄 거라는 생각에 문밖에 가져다 놓고 멀찍이서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행여 다른 이가 가져갈까 봐 밤에는 가져갔다가 아침에 다시 가져다 놓기를 내가 들고 들어올 때까지 며칠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한참을 울먹이다 마음이 안정이 되었는지 차분해진 목소리로 가져와줘서 고맙다며 부디 잘 보관해 달라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했다

어떤 상황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알지도 못하는 내게 왜 가져왔느냐고 묻자 이 동네서 살고

오며 가며 원장님 이야기를 듣고 또 보아 왔다며

그래서 부탁하고 싶었다고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꼈기에 그에게 말해 주었다

언제든지 작품이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이리로 오면 된다고

그 후로 한 10여 년 그녀는 찾아오지 않았고

우리는 이사를 했다 그녀의 작품도 함께

그리고 표구를 해서 항상 이렇게 거실에 걸어두었다

거실 전면의 성화를 볼 때마다 마음이 찡해지며 문득문득 그녀를 생각한다

오늘 아침 문득

그녀의 모습 선명하게 떠올라 궁금하다

강산이 3번이나 변하고 또 반도 더 변해가는데

그녀는 어디에 잘 살고 있는지

앓고 있던 아픔은 다 이겨냈는지

이 성화를 생각하고 있는지

아직도 이렇게 잘 보관하고 있는데

찾으면 돌려주며 말해주고 싶은데

오랜 날들 이 성화와 함께하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고 그리고 알지 못하는 날 소문만 듣고 믿어주어 또 고마웠다고

제발 그녀가 건강히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며

그녀의 간절한 눈빛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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