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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한명화
Feb 19. 2020
왜? 그냥!
가만
아들의 나이가?
우리 딸은?
그럼 우리가 결혼한 지가ㅡ헉
문득 봄 샘 눈님 오시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할머니와 손자녀들의 썰매 타는 모습에
옛 기억 속에 들어앉았다
이렇게 눈이 쌓이면 아이들은 단디 차려입고 털모자에 장갑도 끼고 털 장회도 신고서는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며 엄마 아빠를 불러댔었다
늘 바빠서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함께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눈싸움도 하고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며 크게 웃었었다
딸아이는 하얀 운동장을 편지지 삼아 아빠 엄마에게 엄청난 크기의 손편지도 써 보냈는데 그 편지글 끝에 서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글자의 점 한 부분보다 작게 보이기도 했었는데ㅡ
학교 운동장이 발코니 넘어 마당 되어 추억 거리도 많았다
옛 추억에 잠겨있다 깜짝 떠오르는 물건이 있어 서랍장을 뒤적여 찾았다
짝꿍은 눈을 크게 뜨며
왜? 라신다
조금은 겸연쩍어
그냥!이라고 대답하고는 먼지를 닦아 거실장 앞에 세워 놓고는 빙그레 입가에 미소 채우며 바라보고 있다
언제였던가?
기억도 까마득한 어느 초 여름
우린 대형 마트에 장 보러 갔었다
구경삼아
이곳저곳 돌아보다가 이 인형을 만났는데
표정이 사랑스러웠다
그래
부부는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끌어주며 사는 거야
인형의 속삭임은 일평생을 함께 살아갈 두 사람의 마음가짐을 전하고 있었는데 듣는 귀를 가진 자들은 들으라며 내게도 들리느냐 물었다
난 이미 다 들어버렸다며 잘 사지 않는 신랑각시 인형을 사 왔었다
한동안 거실 장에 올려놓고 마주 볼 때마다 미소 나누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자 짝꿍은 이제 치워도 된다며 서랍 장속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장의 풍경에 빠져있다가 불현듯
이제는 내 머리 위에도 서리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
를
끄덕이고는
그래도 마음은 변치 않음에 놀라며 신랑각시 인형을 찾아 다시 거실 장 위에 올려놓는다
짝꿍은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
왜?'
그저 무심한 척
'
그냥!
'
하지만
눈앞에는
추억속
아름다운
풍경
펼쳐지고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 가득
채우며
옛 그곳에 작은 여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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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부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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