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란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Aug 25. 2020

여름의 선물 38 휴게소

동해를 가다 6

여름이 오면 부르는 소리

여름이 오면 그리워지는 곳

여름 오면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38 휴게소

언제부터인가 여름이면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38 휴게소

강릉을 돌아 수많은 해수욕장과 항구의 유혹을 물리치고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양양 기사문항의 38 휴게소

다 왔다는 환호성과 함께 차에서 내려 본 이 풍경은? 뭐지? 왜 이렇지?

그동안 보아왔던 잘 관리되었던 아름답고 아늑한 모습은 어디 가고 내가 사랑했던 멋진 정원수 같은 소나무들은 뽑혀나간 자리만 남고 파도를 막아주던 벽은 무너지고 휴식을 위해 가꾸었던 시설들은 치워진 그냥 방치해둔? 아님 새롭게 재개발하려고? 철거 현장의 모습이었다

너무 안타까워 바다 가운데서 인사해오는 늘 그리웠던 작은 섬도 왜인지 쓸쓸해 보였다

그래도 휴게소는 건재하고 기대하는 시간대가 있으니 계획대로 이곳에서 차박을 결정했다

좀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없어진 소나무 그늘의 아쉬움에 탁자에 비치파라솔을 펴고 쉬면서 간단하지만 나름 있을 것은 다 있는 저녁 만찬을 즐겼다

시간이 흐르고 햇살이 숨어들면 불빛까지 힘을 잃은 이곳은 야경의 진수

기사문항의 여린 불빛을 밀어내며 빨갛고 파란 등댓불과 배 위에서 비치는 황금빛 불빛은 어두운 바닷물속에 잠겨가며 네온의  물속 기둥의 길이를 자랑하고 있다

탁자에 올려진 캔맥주를 즐기며 바라보는 야경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뿐

이 뿐이랴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북두칠성, 북극성, 저쪽은 카시오페아인가? 아니 삼태성은 저기 있는 것 같은데? 별자리 찾기에 목이 아픈 그때 저건 뭐지?

처음으로 보게 된 하늘을 떠다니는 인공위성들의 빠른 움직임을 관찰하며 자연의 별빛 속에 빠름으로 무장한 인간들의 별들이 저리도 많은 줄 깜짝 놀랐다


별빛이 흘러내리는 반짝이는 별자리를 보자

어린 시절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서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을 불러 모두 하늘 보고 누우라며 별자리를 가르쳐 주시고 옛 노래를 가르쳐 주시던 가신지 20년도 더 되는 아버지의 그리움이 뼛속까지 들어가슴이 먹먹했다

기사문항 38 휴게소의 차박은 해본 사람만 즐길 수 있는 멋진 선물, 내일의 또 다른 선물을 기대하며 차 안에 자리를 잡는다

이 밤의 휴식을 위해.





매거진의 이전글 탄성의 여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