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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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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09. 2020

옛것은 그리움

여행지에 가면 만나게 되는 우리의 옛 삶의 모습과 사용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있던 물건들과 어느 때인가 월급을 타서 부모님께 선물해 드렸던 다리 달리고 밀치는 문도 달린 그 시절 자랑이었고 동네 사람들 모여들게 해서 동네 텔레비전이 되었던 텔레비전도 이제는 전시유물이 되어 있다

발 빠른 현대화가 급속한 변화를 일으킨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우리의 고전은 현대화의 물결에 어느 순간 순식간에 밀려나 이제는 전시장에서나 만나고 있다

그 집안 여자를 알려면 장독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들리는 듯한 장독대도 명절이나 제사가 돌아오면 디딜방아 소리가 우리가 놀던 정자나무 까지 쿵덕쿵덕 들려 집으로 달려가 콩고물 묻혀 얻어먹던 주먹밥 맛이 입가를 돌게 하는 디딜방아도 이제는 전시물이 되어있다

벼를 훝어내리던 홀테는 추수 때가 되면 온 마을 사람들 각 개인의 홀테 들고 이 집 저 집 돌아가며 벼를 훑어내던 시끌벅적한 어느 집 마당의 풍경도 기억 속에 잠겨있는데 그 홀테에도 베틀에 앉아 허리에 베틀 연결 띠 차시고 철컥철컥 북실 던지고 받으시며 다리로 메인 줄을 당겨 베를 짜시던 베틀에도 어머니 앉아 계신다

논에 나가시던 아버지 워 워 몰고 가시던 소달구지에 주인 대신 올라 소의 등을 쓰다듬어 주자 소는 고개를 젖혀 좋아하는 것 같고 세끼를 꼬아주는 틀과 할아버지 자리를 메시던 고드렛 돌을 보며 짝꿍은 엉터리라고 저렇게 크고 투박하게 만들면 자리를 맬 수 없다며 할아버지의 고드렛 돌과 매시던 자리에 대해 얘기하며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꺼내기도 했다

청풍 문화재단지에 전시된 수몰 전 마을에 살던 분들이 사용하던 농기구며 가구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천천히 돌아보며 하나하나 이름을 기억해 보고 쓰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고향의 풍습 얘기까지 하다 보니 옛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아마도 나도 이젠 세월을 두 어깨에 가득 쌓아놓은 때문인지 뒤돌아 달려가 본 추억 속의 그리움이 가득 밀려온다

온고이지신이라 했던가

옛것을 돌이켜보며 새로운 지혜를 깨닫는다 했는데 역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그래서인가 보다

이렇게 옛 물건들을 보다 보면 어디로 인지 알 수 없는 진한 그리움이 휘몰아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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