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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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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Nov 11. 2020

무서웠어 온달동굴

온달 오픈 세트장 깊이 들어가면 

온달동굴 있다 해서 

뭐 별거겠나?

가볍게 생각하고 입구에 비치된 안전모 눌러쓰고 어갔어 

관광객은 짝꿍과 단 두 사람

입구에 들어서자 오는 느낌이 왠지

조금 들어가자 어두워지고 

시커먼 입 벌린 동굴 모양 심상치 않았어

난간이 있는 좁은 철판 위 길을

아무렇지 않은  떠들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믿는 사랑님 함께여도

무서움이 달라붙어 함께 걸었어

동굴을 돌아보다 보면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한데

온달동굴은 많이 다른 것 같아

동굴 안 살결이 정말 특이해

시커멓게 큰 모양우람하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를 찢어놓은 것도 같고

엄청난 바위를 억지로 떼어낸 것도 같고

아주 큰 나뭇잎이 화석 된 것도 같고

상상 속의 무서운 짐승이 서 있는 것도 같고

어린 시절 보았던 말린 담뱃잎도 본 것 같고

포효하며 내려오는 독수리도 같고

주를 큰 입으로 먹어버리는 것 같은 석순의 형상도 공포스러웠어 

기묘하고 무시무시하고 커다랗고

사진에 담을 수 없는 단면들이 너무 많아 열심히 셔터를 눌렀지만 현장감을 다 전하지 못할 거 같아 아쉬움도 있었어

이 처럼 다양한 단면들을 보면 아주아주 옛날에 이 동굴에 뭔가 큰일이 있었던 걸까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무서움에 걸음이 무뎌졌지만 차마 내색할 수가 없었어

나만 무서운 건 아닐 테니까

해탈문이라 붙은 계단을 올라 주위를 돌아보려 앉은 걸음으로 들어갔다가 포기하고 돌아 나왔어 정말 겁이 나더군

계단을 내려와 전진하려니

노약자 임산부는 더 이상 가지 말래

그래도 그곳을 통과하여 안으로 더 가 봤더니 구부러져 돌아가는 길이 있고 위로 오르는 곳 있어 바라보니 이곳을 지나려면 기어가야 할 것 같았어

이 깊은 동굴 속에 딱 둘이서 기어 다닐 용기는 정말 나지 않았어

돌아갑시다

과감히 결정하고 돌아 나오는데 총길이  760여 m라는 동굴인데도 들어간 거리가 1km가 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한참을 조심조심 살피며 걸어 나오는데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르더군

동굴여행은 여럿이 갈 때 같이 가야 한다고 강원도 환선굴에서 그렇게 외쳤건만

코로나로 여행객이 거의 없어서 어디를 가나 거의 독차지 여행

어서 이 시절이 다 지나고 마음 놓고 여행도  다녀야 할터인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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