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오픈 세트장 깊이 들어가면
온달동굴 있다 해서
뭐 별거겠나?
가볍게 생각하고 입구에 비치된 안전모 눌러쓰고 들어갔어
관광객은 짝꿍과 단 두 사람
입구에 들어서자 오는 느낌이 왠지
조금 들어가자 어두워지고
시커먼 입 벌린 동굴 모양 심상치 않았어
난간이 있는 좁은 철판 위 길을
아무렇지 않은 척 떠들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믿는 사랑님 함께여도
무서움이 달라붙어 함께 걸었어
동굴을 돌아보다 보면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한데
온달동굴은 많이 다른 것 같아
동굴 안 살결이 정말 특이해
시커멓게 큰 모양들 우람하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를 찢어놓은 것도 같고
엄청난 바위를 억지로 떼어낸 것도 같고
아주 큰 나뭇잎이 화석 된 것도 같고
상상 속의 무서운 짐승이 서 있는 것도 같고
어린 시절 보았던 말린 담뱃잎도 본 것 같고
포효하며 내려오는 독수리도 같고
석주를 큰 입으로 먹어버리는 것 같은 석순의 형상도 공포스러웠어
기묘하고 무시무시하고 커다랗고
사진에 담을 수 없는 단면들이 너무 많아 열심히 셔터를 눌렀지만 현장감을 다 전하지 못할 거 같아 아쉬움도 있었어
이 처럼 다양한 단면들을 보면 아주아주 옛날에 이 동굴에 뭔가 큰일이 있었던 걸까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무서움에 걸음이 무뎌졌지만 차마 내색할 수가 없었어
나만 무서운 건 아닐 테니까
해탈문이라 붙은 계단을 올라 그 주위를 돌아보려 앉은 걸음으로 들어갔다가 포기하고 돌아 나왔어 정말 겁이 나더군
계단을 내려와 전진하려니
노약자 임산부는 더 이상 가지 말래
그래도 그곳을 통과하여 안으로 더 가 봤더니 구부러져 돌아가는 길이 있고 위로 오르는 곳 있어 바라보니 이곳을 지나려면 기어가야 할 것 같았어
이 깊은 동굴 속에 딱 둘이서 기어 다닐 용기는 정말 나지 않았어
돌아갑시다
과감히 결정하고 돌아 나오는데 총길이 760여 m라는 동굴인데도 들어간 거리가 1km가 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한참을 조심조심 살피며 걸어 나오는데 등에 땀이 주르륵 흐르더군
동굴여행은 여럿이 갈 때 같이 가야 한다고 강원도 환선굴에서 그렇게 외쳤건만
코로나로 여행객이 거의 없어서 어디를 가나 거의 독차지 여행
어서 이 시절이 다 지나고 마음 놓고 여행도 다녀야 할터인데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