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by 한명화

길을 달린다

목적지를 향해

가다 보니 커다란 붉은 입술 곱게 단장한 죽령터널이 들어오라 한다

내 안을 지나야 갈 수 있다며

망설이지 말고 어서 오라 더 크게 입 벌린다

터널을 지나자

파란 하늘 두둥실 구름 떼

높고 낮은 산들

산꼭대기에 올라선 하얀 건물

어서오라 반갑게 맞아주는 안동 손님 맞이 문

할 일 마치고 돌아 오는 길

화장도 모르고 큰입 벌린 죽령 터널이 묻는다

일은 잘 마치고 돌아가느냐고

안동 여행도 좀 했느냐고

특산품도 많은데 좀 많이 샀느냐고

내 안을 지나야 돌아갈 수 있다 한다

들어올 때는 곱게 칠한 빨간 입술이더니

나가는 입술은 잔소리만 가득하다


삶의 터널이 입을 벌리고 있다

당찬 꿈을 향해 달린다

터널 속을 쉼 없이 달린다

앞으로 앞으로 온 힘 다해

헉헉대며 숨차게 달린다

얼마나 멀리 달렸을까

다리도 아프고 힘도 빠지고

그 곱던 살결은 탄력을 잃고

윤기 흐르던 머리는 은빛이 춤춘다

잠시 호흡 가다듬고 가만히 다독이며

여유란 말을 손바닥에 써 본다

행복이란 말도 꺼내 본다

배려와 용서도 불러본다

그렇다면 당신은 괜찮은 사람


삶의 터널 속에서 길을 잃었다

희망의 끈도 잃어버린 체

핑곗 거리 바쁘고 입만 열면 불평불만

한숨 쉬고 고민하며 허우적 대다

내가 원함이 절대 아니었는데

쓰나미에 밀려 터널 끝에 닿으면

내가 찾던 그 무엇이 남아 있을까

많은 것을 움켜쥐었는데 나는 빈 손

후회도 늦어버린 당신에게

터널은 냉정하게 잔소리할 거야

붉은 삶의 터널로 들어왔으니

이제 그만 나가 달라고 터널 열려있다며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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