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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석부작 풍란을 마주 하며

by 한명화

오래전

강원도 시골집 우물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있던 돌 하나

앞 산이 옮겨 앉았나

뒷 산이 옮겨 앉았나

산 하나 온통 담은 멋들어진 흙 묻은 돌

들어내 깨끗이 씻어 안고 와

발코니에 두고 산 이끼 얹어 두었다


햇살 좋던 어느 봄날

모란장날 놀러 갔다 풍란 가져와

짝꿍은 그 좋은 솜씨 발휘

작은 산 이끼 속에 풍란 올렸어

행여 습기 마르면 고사할까

날마다 깊은 애정 다 주었지

날들이 몇 년 훌쩍 가더니

멋들어진 석부작 풍란이라네


발코니 찬 겨울 들어앉으니

석부작 거실로 이사 들였고

눈앞에 마주 보고 있노라면

아버님 가시고 찾을 일 없는

강원도 고향집 어른거리고

우물가 흙속의 모습 보이고

정성으로 가꾸는 짝꿍 모습에

손에 든 커피잔 향기로움까지

희끗희끗 머릿결 쓸어 넘기며

거실에 앉은 초로의 여자

행복한 미소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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