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랐네

by 한명화

어제도 눈이 많이 내렸다

오늘도 눈 치우러 나가려는데 이틀간 눈 치우고 힘들었는지 코밑에 물집이 생기고 기운이 빠져서 힘이 없는 내게 같이 눈치 우러 나간다는 말 하지 말고 제발 누워있으라며 이른 아침 짝꿍은 눈 치우러 나갔다

시간이 흐르고 조심스럽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온 짝꿍 하는 말

' 우리 동 앞에 소리 없이 119차가 섰는데 방어복 차림의 사람들이 들것을 가지고 00층으로 올라갔는데ㅡ'라며 말끝을 흐린다

얼른 겉옷을 입고 발코니 창에 얼굴을 대고 밑을 바라보니 눈에 쌓인 나뭇가지에 가려 차 모습이 조금 보이고 놀랐는지 앞동의 경비 아저씨가 가까이 오다가 주춤거리며 뒤로 돌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00층에는 어르신 두 분과 가족이 사는데 어르신이 아프신가?

아님 두 집 중 어느 집이 코로나?

생각이 많아지며 계속 주시하고 있는데 잠시 후 하얀 방호복을 입으신 분들이 들것에 환자를 싣고 나와 차에 태우고 잠시 후 또한 분의 방호복을 입으신 분이 나오는데 혹시 소독하셨나?

그리고 검은 점퍼 차림의 한 사람이 나왔는데

차는 정말 소리 없이 조용히 왔다가 소리 없이 조용히 빠져나갔다

예전에는 119 응급차가 들어오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해서 금방 알 수 있었는데 이번엔 상황이 아주 달랐다

너무 궁금해서 건너편 경비아저씨께 전화로 문의하니 자신도 조심스러워 떨어져 있어서 환자의 모습을 자세히 못 봤다며 행여 모르니 나오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염려를 한다

아무래도 그 어르신 댁인 것 같아 잘 알고 함께 활동하는 그 댁 며느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댁에 별일 없느냐고

조금 전 응급차가 그 댁 층에 다녀갔는데 ㅡ라고

잠시 후 돌아온 대답은

어머님이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하시어 집에 차로 병원에 모시려 했으나 병원 이용이 녹녹하지 않은 시절이라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며 코로나가 아니라 혈압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이었다

휴ㅡ

한숨을 토해낸다

우선 어르신이 달리 편찮으신 게 아니라 혈압으로 인해 어지럼증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곧 돌아오시겠구나 라는 안도감과

우리 동 그것도 우리 라인에 행여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씻어 내려가는 큰 숨이었다

요즘 코로나로 모두들 극도의 조심과 규제로 인한 어려움들이 스트레스로 겹쳐와 응급차가 나타나면 깜짝 놀라는 것과 또한 하얀 방호복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우리에게 들어와 있는 날들이어서 인가보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이 누구인가

그 많은 세파에도 굳건히 일어서지 않았는가

이 또한 다 이겨낼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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