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에는 여러 번 다녀왔던지라 상원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냥 가기 섭섭하니 들르기로 했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들어가니 이곳도 공사 중으로 한쪽을 막아 놓아 왠지 마음이 차분해 지기보다분주해지는 느낌이었다
금강루에 올라마음 정화하자며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 같다는윤장대를 한 바퀴 돌렸다
금강루에서 내려와 적광전 앞에 우뚝 서있는
국보 48호 월정사 8각 9층 석탑으로 직행
석탑을 둘러보며 가장 남쪽에 있는 고구려식 석탑의 모양에서 옛 고구려인들의 기상이 느껴지는 듯했으며석탑을마주 보며 두 손을 모으고 예불을 드리는 듯한 석조 좌불 좌상은 석탑과 함께 국보 48-1,2호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에 석조 좌불 좌상은 복제품이며 진품은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요즘은 여행자가 적어 한가하게 감상할 수 있기에 천천히 석탑과 불상 그리고 그 안의 분위기에 잠기려 할 때쯤누구시지? 석탑 주위를 돌고 계시는 등 굽은 할머니가 보였다
탑돌이를 굳이 탑 보호막 안에서 하시나 보네 라며살펴보니 머리가 거의 바닥에 닿도록 숙여 뭔가를 열심히 찾고 계시는 듯했다
복장을 보니 절에 사시는 분이시구나
그런데?아ㅡ
요즘 어딜 가나 심지어 바위에도 동전을 던지거나 붙이는 여행객들이 있어 동전을 보게 되는데 석탑을 향하여 던진 동전을 줍고 계시는것을 알 수 있었다
들고 계신 까만 비닐봉지가 조금 처져 있는 걸 보니ㅡ 아 정말이네 저 할머니가 아님 누가 대낮에 탑 주변의 동전을 줍겠는가
한참을 바라보다 피식 웃음이 나와 발길을 돌렸다
이곳저곳 돌아보다 다시 적광전 옆 삼성각 앞에 와 보니 그 앞 석등 구멍에 동전이 하나씩 보였고 마침 할머니께서 굽은 등을 펴지 못하시고 걸어오고 계셨는데삼성각 옆 사무실로 가시는 것 같아 할머니를 불렀다
ㅡ할머니 동전 여기도 있는데 꺼내드릴까요
ㅡ거기도 있어? 난 이래서 땅에 있는 것만 봐
거기는 보이지도 안고 손도 안 닿는데
꺼내 주면 너무 고맙지요
라고 하시며 이 동전을 모아 사무실에 가져가 부처님 공양에 쓰신다 하셨다
석등에는 돌아가며 구멍이 있는데 그곳에 작은 부처상이 있고 옆에 밑에 있는 동전을 모두 꺼내드리고 어쩌다 가운데 깊은 곳에 손이 닿았는데 꽤 많은 동전이 있어서 두세 번 한 움큼씩 꺼내 비닐봉지에 담아 드렸더니
봉지가 꽤 묵직해 보였다
정말 고맙다고 하시기에 제복도 빌어 주세요 라며 웃자 아침마다 복을 빌어 주신다며 가신다
몇 걸음 가시다 뒤돌아 보시며 종교를 물으셔서 저는 불자가 아니라며 웃자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라 신다
책 한 권을 주고 싶으시다며
괜찮다고 마음으로 고맙게 받겠다고 하자 아니라며 꼭 기다리라 신다
가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데 비닐봉지를 두고 나오신 할머니 걸음이 바쁘시다
아마도 내게 주시고 싶으신 책을 가지러 가시는 듯하다
할머니의 바쁜 걸음을 뒤로하고 월정사를 나왔다
할머니는 잠깐 동안에 만나 탑 속의 동전을 모두 꺼내 주고 홀연히 사라진 나를 어떻게 기억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