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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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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pr 06. 2021

길 위의 아버지들

여행의 묘미는 차박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여행의 우리 집은 망양정이 가까운 망양휴게소로 결정하고 어둠이 오기 전 휴게소에 도착했다

앞만 보고 달린 삶의 날들에 자의 반 타의 반 시간이 생겨 여행을 꿈꾸던 그때 짝꿍의 건강 이상으로 10여 년을 가슴 졸이며 지내다가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길이 있는 곳에는 다 가보겠다는 짝꿍의 계획으로 바람탄 여행이라서 어느 시점부터 우린 노선 위의  차박을 즐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 집은 망양휴게소

한 두 번 잠시 들러간 적이 있기에 도착해서 이 휴게소만의 자랑들을 살펴보고

저녁식사로 육개장과 치즈돈가스를 맛있게 먹고 차로 돌아와 어둠을 채워 가는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오래 기억될 것 같은 낭만?으로 채웠다

잔잔한 밤바다의 자장가와 밤하늘에 빛나는 작은 별빛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침낭 속에 한 마리의 누에고치가 되어 피곤을 풀고 있는데 계속 들려오는 묵직한 차들의 걸음소리는 새벽녘까지도 이어졌는데 그 주인공은 짐을 싣고 거리를 누비는 대형트럭들이었다

요즘 되도록 휴게소에서의 차박을 즐기는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인데 그때마다 만나게 되는 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대형 트럭 기사님들의 모습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사뭇 몸을 움츠리게 하는 두려운 대형트럭들인데 어두운 밤늦은 시간에도 목적지가 아직 멀어 휴게소 차를 세우고 쪽잠을 청하는 저 기사님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그리고 누군가의 귀한 아들들 아니신가

어깨에 올라앉은 삶의 무게가 얼마나 클까

에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편하게 몸을 누여도 하루의 피로가 쉬 풀리지 않을 듯한데 아직은 싸늘한 밤기온에 차 안에서 잠깐의 잠을 청하고는 또 새벽같이 일어나 차를 몰고 떠나는 트럭들의 행렬을 보며 삶의 가치와 책임이 담긴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망양 휴게소 우리 집은 대형트럭들의 지킴에 또 다른 차들과 이웃되어 안심하고 평안하게

잘 보냈으며 함께 초대받은 길 위를 누비는 많은 아버지들의 삶의 노곤함을 들여다본 가슴 찡한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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