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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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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pr 28. 2021

넓다 안반데기

안반데기

이름은 들어보았는데 얼마나 넓어 안반데기라 했을까

강원도 왕산의 산길을 따라 올라 숲길의 정취에 빠져들 즈음 산 위에 우뚝우뚝 서서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는 풍력발전기들이 서로 힘자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올려다보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넓지 않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 뒤를 돌아보니 와!ㅡㅡ여기로구나

붉은 광장이 산 위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산촌에 살았던 짝꿍이 바다에 갔다가 동네 친구에게 바다가 엄청 넓다고 하자 친구 왈 ' 바다가 넓어도 우리 집 뒤 메밀밭만 하려고 '라고 했다며 안반데기는 그 친구네 메밀밭보다는 바다만큼 크다며 옛 친구를 회상하며 큰 소리로 웃는다

주차장 주변에는 안내이정표와 안반데기 이름표 그리고 문이 닫혔지만 차를 마실수 있는 건물이 있었다

코스를 잡기 위해 이정표를 보니 멍에전망대의 화살표와 차량 출입 금지의 푯말이 서 있었다

응? 길은 잘 닦여 있고 꽤 넓은데?

붉은 땅 정상에 작게 보이는 전망대까지 꽤 걸어야 하는데?

그것도 오르막 길인데?

어쩌랴 차량 금지인데 그래서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밭에서 트랙터로 밭갈이를 하고 계시는 분도 있고 길 위쪽 산기슭에서 밭을 넓히는지 아님 안전 공사를 하시는지 일하고 계시는 분들도 보였다

? 쌩 차 한 대, 쌩 또 한대 걷고 있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서너 대의 차들이 스쳐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지? 차가 올라가도 되나 본데?

차량통행금지였잖아 이왕 걸었으니

하지만 차로 쌩 올라갔으면 걷는 이 길이 이 광활한 안 안반데기를 천천히 감상하며 연신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었을 것이라는 위로를 하며 정상에 오르니 어라? 주차장도 있잖아ㅡㅎ

상에서 내려다보는 안반데기는 붉은 땅이었고 광활한 밭이었다

이곳에서  밭농사를 짓는다고?

이 높이까지 와서?

하기사 요즘은 차가 있으니 우리도 구경 왔지

예전엔? 이 곳에 터전을 이루고 살았겠구나

감탄에 탄성과 함께 다가오는 농부들의 애로도 밀려온다.

다시 멍에 전망대를 향해 오르는데 아까 우리를 스쳐 올라갔던? 이들 같은데

'올라가야 소용없어요  사유지라며 철망으로 막아놓아 들어가지도 못해요'라며 손사래를 치며 지나간다

그러나 저러나 전망대를 향해 오르니 입구에 또 전망대 주변에 철망을 쳐 놓고 사유지이며 또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란다

주변을 돌아보니 전망대 둘레에 쌓아놓은 돌담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으며 돌담을 쌓은 속내가 드러나 보였는데  철망에 돌을 넣어 올려 쌓은 것으로 이갑용 처사가 보았으면 탄식을 했을 것 같았다

'저렇게 대충 쌓고 보이는 겉만 그럴듯하게 해 놨으니 돌담이 무너지지'라고.

에 전망대가 정상이고 이곳에서 안반데기를 내려다보면 장관일 것 같은데 이 먼 곳에 왔는데 그냥 가라니 힘들어 올라온 게 억울해서 정자에는 들어갈 수도 없으니 사람들의 자취를 따라 밭 가장자리로 올라가 보니 정말 안반데기가 다 내려다 보였는데 붉은 밭이 엄청 넓었다.

멍에전망대를 내려와 다리도 아프고 햇살이 눈부시기도 해서 망설였지만 다시 반대편의 해돋이 맞이로 올라 보았다

이곳은 멍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곳이 아닌 반대쪽이었고 이쪽도 엄청 넓은 붉은 밭이 자랑스레 드러내고 있었다

이쪽도 넓구나

강원도에는 이 안반데기 밭이 전라북도 김제 만경 넓은 평야의 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붉은 터에 봄이 왔고 하나 둘 그 붉은 밭에 허리를 숙이고 뭔가를 파종하고 또 트랙터를 몰며 밭을 갈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며 삶이란? 물음표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안반데기를 내려오며 짝꿍의 한마디

'늙는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야 이렇게 여행도 다니니 나이 듦이 얼마나 감사한가'라고

짝꿍의 감사함에 나도 더 크게 행복 한 바가지 퍼 올려 담아 안반데기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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