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쓰던 건데

by 한명화

어머니 모시고 온 농기계 박물관

어머니 걸음 더디시다

한 걸음 옮기면 붙잡는 농기구들

어머니 추억담 꺼내 놓으라 한다

발길 잡힌 어머니 신이 나셨다

이것은 홀테고 나락 훌틀때 쓰지

저것은 써레야 논맬 때 쓰는 것

오매 학독도 있다

우리 집에 내가 쓰던 거랑 비슷하네

쟁기도 있고 저기 옹텡이도 있다

호맹이랑 낫도ㅡㅡㅡ

별게 다 있구나


한 바퀴 도시며 열심이던 어머니 설명

다 돌아보시고는 회한 오시는지

내 쓰던 물건 다 두고 온지도 몇십 년

지금은 누가 다 가져가고

우리 집은 다 쓰러져 가는데

주름진 눈가에 반짝 비친다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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