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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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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n 08. 2021

석탄박물관 지하갱도 체험실

석탄박물관 7전시관 까지 돌아보고 나오니 지하 갱도체험하러 가려면 계단을 내려가는 길과 바로 전시관 앞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코스가 있었다

하지만 전시관을 관람할 때도 우리 둘 뿐이었는데 지하갱도로 내려가려면 깊이가 있을 것인데 안시는 분도 없어 왠지 불안한 마음에 망설여졌다

나의 망설임에 짝꿍이 이왕 왔으니 보고 가야지 돌아가서 후회하지 말고 내가 있으니 괜찮다며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눌렀다

덜컹ㅡ문이 열리고 내려가기 시작한 불빛도 없이 어두 컴컴한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고 작업하는 소리도 들리 빛의 움직임도 있어 아마도 갱내의 분위기를 연출한 것 같은데 내게는 공포심이 더 커서 짝꿍 손에 거의 매달려 있다 보니 지하 갱도에 도착해 문이 열렸다

갱도 안으로 들어서자 좀 매캐한듯한 특유의 냄새가 마스크를 썼는데도 엄습해 왔다

안으로 들어가는 중간에 두 번의 비상구가 있어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눈길이 자꾸 갔지만 발걸음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갱도 안에는 실제 광부들이 탄맥을 폭파하고 탄을 캐고 담고 나르는 모든 공정들이 실제 현장처럼 만들어져 있었으며 탄을 캐고 막아둔 폐갱도를 어떻게 처치했는지를 알 수 있는 광경도 있어서 살펴보니 탄을 깨고 나면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통나무를 이용하여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우고 입구를 통나무로 켜켜이 막아두고 있었다

또 사무실도 있었는데 화약 취급과 함께 갱도 안의 관리나 소소한 의약품 등이 비치되어 관리자가 장부를 통해 관리하고 있는 듯했다

한쪽으로는 갱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에 갱내로 식사를 전달해 줄수 있었다면 힘들게 일하고 따뜻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쓰였다

갱도 체험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산소 치료기였는데 멎어버릴 것 같은 숨을 저 통 안에 들어가 다시 끌어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손으로 목을 감싸고 있었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연탄불을 피우고 난방도 하고 물도 데우고 그 불에 밥도 짓고 찌개도 끓여 먹었던 예전의 생활을 떠올리며 애쓰신 광부들께 감사하는 마음에 처음 들어올 때의 무서움은 사라지고 갱도에서 힘들게 일했을 모습을 보며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또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무게에 목숨을 걸고 일 해야 했던 광부들의 삶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갱도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그리고 신선한 바람과 싱그러운 자연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사는 삶의 길에는 참으로 여러 길이 있고 누구나 자신의 앞에 펼쳐진 삶의 무게를 지고 열심히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내게 주신 삶에 감사하며 태백 석탄박물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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