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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한명화
Jun 21. 2021
사람 사는 길 참 야속하네
너무 좋은 지인 아우
성격도 좋고 불의도 못 참고 봉사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서 있는 듬직하고 참 사람 좋은 아우님이다
그녀는 남자 형제가 많은 집의 고명딸로 태어났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은
학교 다니고 공부해야 한다며
시키지 않는 밭일이며 소 꼴베는 일이며 집안일도 참 많이 했다고 했다
함께 봉사하던 날 풀을 베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많이 해본 솜씨 같다고 하자
부모님의 유난한 아들들 사랑을 얘기하며 씁쓸하게 웃었었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가 병이 나시어 병원에 입원과 요양병원에 모시기를
16년이
지나 17년이 되어 간다며
함께 밥을 먹다가도 연락 오면 달려 나가고 행여 멀리
외출이라도
하면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불안해했었다
2019년 병원에서 수술을 다시 하셨다고 했었는데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천안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녀는 오랜 날들 지치고 고단했던 무게를 내려놓은 것 같았다
애썼다고 어깨를 토닥거려 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무서울 정도로 억수 같은 장대비가 내려 짝꿍의 운전하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며 아마도
아우의
많은
날들
혼자서 울먹였던 마음속 찌꺼기까지 다 씻어
내려주나
보다 라며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았었다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난 후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말했었다
' 언니! 이제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맘이 편하고 어디를 가도 전화기 신경 안 써 이제
언니네
처럼
남편이랑 놀러도 많이 다니고 재미있게 살아볼 거야'
'
제발 그렇게 살아 그동안 애 많이 썼어'라고
얘기 나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소식이
끊
기고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되었고 연락이 닿은 그녀는 남편의 건강검진 결과 예후가 좋지 않은 증상이 나와 너무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는 바람에 지갑을 잃어버려 연락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너무 밉다며 하는 말은
얼마 전 남편과 언니네 얘기하며 차를 개조해서 여행을 다니자고 하니까 남편이 너무 좋아하시며 당장 시작하자는 걸 2년 후에 시작하자고 만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며 힘이 없는 말소리가 너무 마음 아팠다
수술 예약이 8월로 잡혔다며 이제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편에게만 집중해야겠다는
애끓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안타까웠다
삶의 길을 어찌 알겠는가
아무리 계획을 하고 꿈을 꾸어도 그 길이 내 마음대로 된다는 보장
어디서도
안 해주니ㅡ
사람 사는 길 참 야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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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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