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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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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n 29. 2021

흔적

군산 근대역사 박물관  야외에 특이한 전시물이 있었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유리 위로 올라가 걸어 다니며 발 밑의 전시물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이었다

유리 위로 올라가 살펴보며 웬 옹기들을 야외 전시장을 따로 마련해 놓았나 하며 허리를 숙여 옆에 같이 진열된 안내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전시품들은 그냥 그릇이 아니라 관이었던 것이다 

어느 분들의 유골이 담겼을지 모르는 옹기관 수십 기와 몇기의 석관이었다

 도대제 어디서 파다가 그래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유골을 어찌하고 속을 텅 비워 저리 전시해 놓았는지

너무 놀라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겠지

모조품일 거야

모조품이 아니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게 진품이라면 너무 죄송하고 죄송해서 잘못을 빌고 또 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왜인지 짝꿍은 올라오지 않고 곁에서 바라보더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 버렸었다

얼른 유리 관람장 위에서 내려와서 생각해 보니 모형일 것 같았다

진품이라면 이 전시장을 주관한 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누구의 조상인지도 모를 고인들에게 큰 결례를 저지르게 유도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저 작은 옹기들이 관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옛날의 여러 가지 장례 문화에 대해 짝꿍과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시아버지의 3년 시묘살이 까지ㅡ

이 세상에 왔다가 그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고 우리의 장례문화 또한 많은 변화가 있으며 앞으로도 또 어떤 변화의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다

여행지의 여정에서 전시장을 관람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고뇌에 빠졌다

내 남은 생 잘 살다가 미래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이 땅에 나의 흔적을 남겨야 하나 미리미리 지워가야 하나ㅡ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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