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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Aug 25. 2021

슬픈  청령포

청령포

이름만으로도 가슴 에이는 슬픈 역사의 땅

오랜만에 단종의 길을 돌아보려 영월에 왔기에 청령포로 향했다

포구에는 예전에 없던 돛이 펄럭이는 형상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단종이 말을 타고 귀양길에 올라 있는 듯한 그림이 커다랗게 세워진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또 그 앞에는 물인지 핏물인지 뻘건 녹을 입은 어디를 보아도 함께인 듯한 작품이 서 있어 돌아보다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작가의 설명에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정순왕후와 단종의 안타까운 이별에 해후를 희망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드디어 배를 타고 오늘도 슬픔을 안고 흐르는 서강을 건너 청령포에 도착하니 갑자기 목이 울컥해 온다

숲길을 걸어 들어가니 궁녀와 관노들이 기거한 작은 초가집에는 서너 칸의 작은 방과 부엌이 있었고 장독대에 몇 개의 작은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초가를 통과해 들어가니 단종의 어소인 아담한 기와집이 한채 있고 4개인가의 방과 방 사이에 대청마루가 있었다

방안에는 선비복 차림의 단종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 앞 방에는 누군가 방바닥에 엎디어 왕을 알현하고 있는 형상이 있고 대청마루를 지나 다른 방에는 침실인 듯 이불과 옷가지, 신발과 관모 관대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설치된 것이 사실에 입각한 것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승정원 기록을 찾아 사실에 입각해 복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당에 비각이 있는데 이 비각은 영조 왕이 지은 것으로 단종의 어소가 이곳에 있었으나 소실되어  단종의 어소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하여 ㅡ단묘 재본 부사 유지비ㅡ라는 글을 친히 써서 비를 세우고 비각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단종의 어소를 돌아보며 어린 왕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얼마나 컸을지 가슴이 먹먹했다

어소를 돌아보고 마당으로 나오니 놀라운 광경이 목격되었다 

담장 밖 소나무가 담을 넘어 마당 깊숙이 들어와 넓게 펴진 가지를 짙푸르름으로 단장하고 어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나무마저도 어린 단종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저리 되었는지  모습이 참으로 가상했다

소나무도 저러는데 어린 단종의 외로움을 달래 주고자 지키는 자들의 눈을 피해 밤이면 서강을 헤엄쳐 건너와 단종의 말동무가 되어 위로하고도 모자라 그의 죽음까지도 목숨 내놓고 통곡으로 살펴준 엄홍도의 충절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미성년의 나이

왕의 아들로 태어난 죄

시켜달라 하지 않은 왕관을 머리에 쓴 죄

세상을 미처 바라보지도 못했는데 만리 타향 강으로 두르고 절벽으로 막아선 외진 곳에 유배되고 잠시 정든 왕비와는 생이별을 당하다니 이 모든 게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생각할수록 안쓰런 마음으로 어소를 나와 주변을 돌아보려 느려진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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