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란 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화 Aug 25. 2021

단종의 그리움 망향탑

그리움의 망향탑

청령포의 짙푸른 소나무들은 그 방향이 단종의 어소를 향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은 느낌만 일까?

자세히 보면 느낌만이 아닌 것 같다

소나무들은 정말 어소를 향하고 있었다

어소를 나와 돌아보기 위해 소나무 숲길을 가다 보니 숲 중앙쯤에 보호막 울타리가 둥글게 쳐진 아주 웅장한 소나무가 있었는데 청룡포 관음송인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된 소나무였다

이 소나무는 밑동에서 좀 올라오다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단종께서 이 갈라진 사이에 앉아 있기도 했다고 전해지며 때문에 수령이 약 600년을 되었다고 짐작한다 하며 이름이 관음인 것은 단종을 보았다 하여 볼觀에 단종의 소리를 들었다 하여 소리音이라 했다는 설명이 안내판에 씌어 있었다

관음송의 그 크기와 웅장함 그리고 건강함에 놀랐으며 소나무 사이에 힘없이 앉아있는 슬픔과 외로움에 지친 한 소년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걸음을 옮겨 망향탑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끙끙대며 한참을 오르자 한양과 왕후가 그리울 때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쌓았다는 그리 높지 않은 돌무더기가 망향탑이었다

 얼마나 외롭고 또 얼마나 그리웠을까 측은지심에 낭떠러지 저 밑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다시 전망대까지 올랐는데 정작 전망대에는 사연이 없는 듯해 내려오다 노산대에 오르려니 위험해졌는지 진입 금지 안내와 줄로 계단 입구를 막아 놓았는데 노산 대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냐 하면  해 질 무렵 노을이 질 때나 그리움이 쌓일 때 그 바위에 자주 오르셨다 하여  노산대라니 아무리  왕위에서 강등되어 노산군이라 명명했다 하나 그 이름을 붙이다니 단종이 들으면 얼마나 섭섭할까

괜스레 노산대란 이름을 붙인 누군가가 원망스러웠다

마음을 다스리며 계단을 내려와 잘 다듬어진 숲길을 걷다 보니 금표비가 있었다 

이곳은 단종이 계셨던 곳으로 아무나 함부로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는 거리를 명시하여 영조가 세운 비라 하였다

금표비를  지나 숲길을 나오며 자세히 보니 정말 소나무들이 단종의 어소를 향해 기울어 있는 모습이어서 나무들도 슬픈 어린 임금을 기억하며 기리고 있는 듯했다

청령포에서 다시 배를 타고 서강을 건너며 자꾸 뒤돌아 보게 는 것은 웬일일까

배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길가에 세워진 둥근 시비가 눈에 들어왔다

단종의 유배 길을 책임졌던 금부도사 왕방언의 시비로 단종을 청령포에 두고 돌아가야 하는 애끓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싯귀 청령포를 둘러보며 안타까웠던 내 마음도 담아본다

ㅡ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희옵고

   둘듸 업서 냇가에 안쟈시니

 뎌 물도  내 안 갓도다 울어 밤길 예놋다ㅡ.



매거진의 이전글 슬픈 청령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