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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더도 덜도 말고

by 한명화

출근하려던 딸

엄마! 문고리에 뭐가 걸려 있네요

얼른 나가 보니 빨간 작은 쇼핑백이 인사한다

누가?

고마운 마음에 들여와 보니 밭에서 갓 따온 듯한 고추가 빙그레 마음 전한다

누구지?

분명 동네 지인 일터

하지만 잘못 물어보면 서로 민망하니 한참을 생각하다 어쩌면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가득 미소로 채우고 톡을 던진다

'왕 땡큐!

고추 맛있는 매운맛이네

잘 먹을게'

잠시 후 티리링

'녜! 제가 걸어 놓고 왔어요

별거 아니지만

잘도 알아맞추셨네요ㅡㅎ'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이다

고추를 보고 내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사람 사는 것 별거 있나

고추 한 줌 나눔에도 그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으로 한 바구니 넘치게 채우는 이 행복함

그래

작은 것에도 마음 담아주는 지인들이 있으니 얼마나 잘 살아온 것인가

남겨진 생의 길에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걸음 내디뎌 보자

작은 것들에도 넘치는 행복으로 채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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