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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께
가을, 그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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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Sep 10. 2021
논두렁 밭두렁 고향의 가을 길
똠방 치마 단발머리 휘날리며
새로 산 검정 고무신 아까워라
손에 들고뛰어놀던 그 들녘
가까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벼들이 춤추며 물결 일렁이면
메뚜기떼도 왕치 떼도 신이 나서
팔딱 거리며 벼 잎 사이 뛰어다니고
손에 든 검정고무신 휘두르며
메뚜기 잡아 빈병에 넣고
왕치도 잡아 풀 줄에 길게 꿰며
누가 많이 잡았나 내기도 했지
해 질 녘 어머니 부르시면
어깨 으쓱이며 수확물 내밀고는
아궁이 붉은 불에 양은 벤또 올리면
메뚜기 왕치 익는 구수한 냄새
천천히 차를 몰며 스치는 가을 들녘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만 해도
어린 시절 친구들 찾아오고
가신 어머니 목소리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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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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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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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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