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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가을, 그 들녘

by 한명화

논두렁 밭두렁 고향의 가을 길

똠방 치마 단발머리 휘날리며

새로 산 검정 고무신 아까워라

손에 들고뛰어놀던 그 들녘


가까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벼들이 춤추며 물결 일렁이면

메뚜기떼도 왕치 떼도 신이 나서

팔딱 거리며 벼 잎 사이 뛰어다니고


손에 든 검정고무신 휘두르며

메뚜기 잡아 빈병에 넣고

왕치도 잡아 풀 줄에 길게 꿰며

누가 많이 잡았나 내기도 했지


해 질 녘 어머니 부르시면

어깨 으쓱이며 수확물 내밀고는

아궁이 붉은 불에 양은 벤또 올리면

메뚜기 왕치 익는 구수한 냄새


천천히 차를 몰며 스치는 가을 들녘

그저 무심히 바라보기만 해도

어린 시절 친구들 찾아오고

가신 어머니 목소리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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