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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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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Nov 02. 2021

어찌할거나 아직도 진행형이니

진도항에 왔다

아니 팽목항에 온 것이다

노란 리본들이 주차 전부터 심장이 터질 듯 쥐어짜고 있다

하차 후 리본의 행열에 발을 올리자 아들을 잃고 딸을 잃은 부모들의 절규가 리본 밑 항구의 벽을 채우고 있어 몇 걸음 걷지도 못했는데 오열이 터지고 말았다

참으려 애써보지만 속에서 터져 나오는 오열을 막을 수가 없었다

ㅡ금요일에 온다고 했지? 금요일에 와

ㅡ내 보물 내 자식 00야 사랑한다

ㅡ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어서 돌아와

더 이상 나의 이성으로 주체할 수가 없어 아예 눈길을 돌리지만 한쪽에 나란히 놓인 운동화 다섯 켤레는 끝내 내 마음을 갈갈히 찢어 놓고 말았다

그래 너희는 왜 금요일에 돌아오지 않고 있니

어서 와서 이 운동화를 신고 엄마, 아빠 품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거니ㅡ

부모들의 애끓는 울음이 들려오고 차오르는 물속에서 꺼져가는 생명줄을 붙잡고 마지막 안간힘으로 외쳤을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려왔다

수많은 날들이 지났다

이제는 내려놓고 보내주어야 한다는 말에 공감도 했었다

또 그래야 앞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ㅡㅡ런ㅡㅡ데

이곳 팽목항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울부짖는 소리에ㅡ

바닷가 벽에 애끓는 절규들의 외침 소리에 깨닫게 되었다

이건 과거로 치부할 수 없는 아직도 진행형이구나 

내 마음도 이렇게 애가 타는데 그 부모들은 어떻게 견뎌낸단 말인가

계속해서 흐느껴 눈이 부석 해진 날 보고 짝꿍 한마디

그것 봐 당신이 그렇게 울까 봐 여기 오는 걸 망설였지 라고

아픈 가슴을 진정하며 목포항으로 돌아와 아직도 서있는 뻘겋게 핏물이든 세월호를 만나보았다

노란 리본이 가득한 철조망에 가려져 가까이 갈 수 없는 세월호는 그 많은 죽엄을 방치하고 저는 아직도 항구에 서 있구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시뻘건 세월호를 바라보며 팽목항의 아직도 가슴 찢기는 진행형도 목포항에 세월호를 가두고 있는 철조망의 노란 리본도 어찌할거나

이 아픔을 언제까지 슬픈 눈물로 채워 가슴을 찢기울 것인가

그래도

이제는

어렵겠지만

더 많은 노력으로 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우리 모두도 마음을 다잡아  이제 과거형으로 돌릴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고개를 떨구며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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