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첫 주 토요일
사흘 전 예방접종을 했다는 며느리는 장바구니를 한 아름 챙겨 그의 남편 손에 들려 집에 보냈다
준비해 보낸 곱창전골로 점심을 맛있게 해 먹고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 때 걸려온 전화는 모임의 언니였다
'회장! 잘 지내고 있어?
너무 보고 싶다
오랫동안 모임이 없어 얼굴도 잊겠어'
ㅡ그러게요
언니, 나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울 님들 다 같이 모임 갖고 싶어요
하지만 회장이란 책임이 너무 무겁네요
모두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ㅡ
그러자 따라온 언니의 목소리
'한 번씩 전화해서 차 마시러 오라고 하고 싶은데 혹 결례가 될까 봐 버튼을 못 누르네
저번에는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을 했는데 남편이랑 늘 같이 생활하기에 실례가 될까 못했어'
ㅡ전화 하시지 금방 뛰어 갈건데ㅡ
'참 혼자 살다 보니 자격지심에 혹시 심심해서 오라고 하나? 할까 봐서'
무슨 그런 말씀이냐고 하자 언니는 자기 자신도 자기가 이런 자격지심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웃으신다
바로 가까운 동인데도 오미크론의 기승에 행여?라는 조심스러움에 남의 집에 방문은 거의 금기시되어있는 요즘 상황이다
늘 자신 만만하고 부러울 것 없던 언니는
오랜 병환의 남편 보내신지 햇수로 4년째
이런 자격지심이 생기리라고는 몰랐다며
그나저나 한번 만나고 싶다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에 가슴이 저린다
누구보다도 알콩달콩 살던 자그마한 몸집에 예쁜 언니는 아직도 너무 그리워서 남편 사진 앞에 하루 일과를 보고하며 때로는 소리 지른다 했다
'나 혼자 두고 그렇게 먼저 가니까 좋냐'라고
ㅡ언니! 조심스럽지만 들를게요
그리고 언제든지 전화하세요 그럼 이렇게 수다 떨 수 있잖아요ㅡ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긴다
혼자라서 너무 외로우신가 보구나
자식이 있다한들 자신들의 삶이 있으니
늘 함께하자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고 보니 부부가 함께 인 것이
세상에 그 무엇과 바꿀 수 있겠나
나이 들어 늙어가는 모습도
언제나 서로 바라보며 웃어 주고
음식 만들어 마주 앉아 함께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일상이
둘이라서 얼마나 행복한가
전화기 너머 애잔한 언니 목소리의 여운 따라오는데 곁에 앉아 바라보는 짝꿍의 모습에 잔잔한 미소로 가슴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