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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봄의소리 들린다며

by 한명화

입춘 날

바람이 차다

그래도 해님 사랑 나누러 나간 분당천 산책길

먹이사냥 온 해오라기 한 마리

너도 추운가 보구나

잔뜩 어깨 움츠리고 있는 걸 보니

나처럼 점퍼도 입고 털모자도 쓰고 오지

너의 발밑 얼음장 물속에 물고기 떼

모두 무서워서 숨어 버렸나 봐

봐ㅡ둘러봐도 아무도 없지?

나의 목소리 들어 버렸나

추위에 지친 해오라기

모습 초라해 보일까 봐

의연한 모습으로 마음 다잡고

가늘고 긴 두 다리 쭉 펴고는

하얀 날개깃 들어 올리더니

분당천 무대의 막 열었다

무대에 오른 해오라기

우아한 하얀 날개 활짝 펴고

아름다운 날개 춤 맘껏 뽐내며

이 추운 날에도 찾아왔다고

아름답고 우아한 비상으로

지켜보던 내게 인사 보낸다

그래도 봄의 소리 들린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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