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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작가님 마음 알 것 같아서

by 한명화

찬 겨울바람 신바람 난 날

아기 분수 춤추는 공원의 연못

꽁꽁 얼어버린 연못 가에는

어라?

어디서 본듯한 작품 하나

하얀 눈산 위에 올라서 있는

하얀 단발머리 소녀상 하나

작가의 마음 담아 놓았구나


자신의 작품 너무 귀해

감히 얼음 위에 세울 수 없다는 듯

주변 눈 모아 모아 하얀 산 이루고

또다시 성스런 하얀 단을 세우고는

그 위에 올려 세운 하얀 소녀

단정한 단발머리 귀밑에 닿고

짧은 저고리 긴치마 다소곳이

외로운 모습 되어 서 있구나

봄샘 바람 이리도 찬데

무얼 그리 그리며 홀로 서서

하염없이 사색에 잠겨있는가


누구도 들어와선 안 되는 연못

어두운 밤 달빛 벗 삼아

홀연히 이곳에 들어와

하얀 소녀상 세워 놓고는

이름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린

정성 어린 작가님 손길 그리워

외로운 소녀의 수줍은 고백

누구인지 몰라 전할 길 없어

스치는 바람결에 받아보라고

그리운 사연 눌러 담은 마음

찬바람에 실어 보내나 보다


소녀상 바라보며 서 있노라니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가슴 설레며

부끄러워 고백도 하지 못했던

첫사랑 그리움 담아낸

작가님의 마음 알 것 같아서

빙그레 미소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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