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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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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Sep 25. 2022

제천 의림지와 소나무

제천을 자주 지나면서도 의림지에 들러보지 않았었다

그저 농사를 위해 만든 옛 저수지로만 생각했기에였다

제천 의림지

들어가는 입구에는 출입구 길을 넓히고 단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에 좀 미안함을 느끼며 들어가니 아주 넓은 주차장과 그 앞 카페 음식점 등 동네 쪽으로 고향집 같은 음식점 한 곳과 새롭게 지어진 건물들이 주차장에 진입하는 차들을 향해 얼굴을 알리고 있었다

아직은 주차비를 받지 않는 주차장이어서 하차 후 바로 길 건너 의림지로 향했다

의림지의 앞 넓은 공간에는 청사초롱이 주렁주렁 걸린걸 보아 아마도 축제를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린 반대로 의림지 뚝길로 걷기 시작했다

가며 보니 의림지를 알리는 안내문과 의림지 명패? 등이 있었으며 그리 크지 않은 호수에는 중앙에 작은 섬이 자태를 뽐내고 한 곳에는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오리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천천히 걷다 보니 의림지가 명소임을 알리는 소나무들이 입이 딱 벌어지는 크기와 자태에 두 눈이 휘둥그레 지고 자연스레 걸음은 멈추게 된다

지금껏 여행지에서 본 그 어떤 소나무들 보다 오랜 세월을 견뎌 낸 크기에 놀랐으며 어떤 소나무들은 위로 서서 자란 게 아니라 누워  자랐기에 소나무 잎을 호수에 담가 머리를 감고 있었다

???

소나무가 물가에서 자라는 것도 모자라 바로 서지도 않고 저리 누워 자란 것도 너무 신기한데 거기에 잎을 물속에 담그고도 푸르다니ㅡㅡㅡㅡ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하랴

현장에서 내 눈으로 보고 있는데

그것도 어쩌다 한 구루가 아니라 몇 구루의 소나무들이 저리 자라고 있으니 ㅡ

또 그렇다고 비실비실도 아니라 크고 굵은 모습으로 의연하게 저러고 있으니ㅡ

처음엔 이번 태풍에 쓰러졌나? 의심도 했지만 자세히 보니 어린나무부터 저리 자란 모습이어서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리배를 타는 쉼터 쪽으로 가보니 여러 방송국에서 촬영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비치된 벤치 쪽으로도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들이 있었는데 한 그루는 두 그루가 하나인 연리지인지 아님 한그루가 나와 갈라졌는지 ㅡ하지만 나는 사랑의 연리지로 보기로 하고 한컷을 담아 보았다

의림지에 정자도 있고 용추폭포도 있고 폭포 앞에 투명 다리도 있어 후들 대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다리 밑에 쏟아져내리는 폭포의 물줄기를 감상하며 건너기도 했다

폭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동굴이 있고 그 안쪽에는 호수 쪽으로 형이상학적으로 구멍을 내어 호수를 바라보게 하였는데 이 또한 운치가 있었다

동굴을 빠져나오자 나무데크 다리에 그 지역 문인들의 시를 알리기 위한 전시회가 다리 난간을 이용해 열리고 있었다

의림지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이제는 훌쩍 지난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다시 주차장 쪽으로 건너갔다

동네 안쪽으로 작은 호반식당이 있어 가보니 어라?

줄을 섰네

맛집인가?

우리도 문 앞에 걸어둔 접수 노트에 접수를 하고 대기소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옛 시골집의 방과 거실을 트고 앞으로 키워 낸 자리들이 제법 넓었다

우리도 한쪽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네 팀이 앉을 수 있는 크기로 한 탁자에 자리하고 청국장 3인분을 신청하고 10여분을 좀 더 기다리니 정갈해 보이는 찬들이 세팅이 되고 좀 더 기다리자 밥과 청국장이 나왔다

우리 식사가 나오기 전 옆 테이블 젊은이들이 식사를 하고 나가는데 찬이 남아 있는 것들이 많아 맛이 없나?라고 의심했었는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맛있는 청국장

와!ㅡ맛있다

와!ㅡ정말 맛있어요

진짜로 맛있어  반찬도 모두 맛있어

한 마디씩 하고는 식사에 전념?

어느 사이 청국장도 반찬들도 그리고 밥도

싹ㅡㅡㅡㅡㅡ비웠다

후식으로 딸이 식당에서 가지고 나온 시원한 식혜를 기다림 터에 앉아 마시며 잘 먹은 점심으로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 활짝 ㅡ

맛있게 먹은 점심과 소나무들의 세월 이야기로 너무도 행복한 여행이었다며 차에 올랐다


꼭 전하고픈 마음에 강추하고 싶다

의림지 소나무를 만나보세요ㅡ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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