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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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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an 18. 2023

추사 기념관에서

진흥왕의 순수비

고택 옆에 묘지 묘지 옆에 기념관

추사의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 같다

유배생활로 고생은 했으나 제주도 9년의 기간에는 추사체를 탄생시켰고 함경도에서 1년의 유배기간에는 진흥왕의 순수비를 제자리에 옮겨놓는 역사적인 일을 하셨다니 그의 유배생활은 나름 뜻을 세운 기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념관을 들어서기 전 마당 곳곳에 세워진 여러 기념비와 그의 동상들을 보았는데 흐르는 맥이 없이 중구남방에 혼란스러웠다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 했는지 추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각 단체들이 앞다투어 이곳에 설치했나?

잘은 모르지만 좀 간결하고 단아한 선비의 흐름을 보여 주었으면 싶기도 했다

마음을 정리하며 기념관 안으로 들어섰다

추사 김정희

그리고 추사체와 세한도

추사의 초상화 앞에 서서 인사를 하고 바라보니 인자하고 선해 보이는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가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세한도와 편지글을 바라보며 어쩌면 억울하고 피폐한 생활이 소나무가 추위 속 등 굽은 모습 속에 다 담겨 있는 듯하다

전시관을 돌아보는데 전시된 추사체의 글들을 보며 그 기백 있는 필체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갑자기 발걸음이 박혀버린 추사가 50대에 썼다는 禪이라는 글씨는 감동 그 자체였다

볼 줄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선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힘과 주저함이 없는 시원한 물줄기 같은 막힘없는 필체는 가슴이 뻥 뚫리는 대단한 느낌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뭔지 모르는 설렘과 이 글씨가 주는 커다란 힘은 가슴이 두근대는 기쁨을 주었다

이 글씨는 초희선사와 차에 대한 깊은 인연으로 초희선사의 차를 최고의 명차라 하며 즐겼다는데 이에 감사함을 담아 선사께

茗禪이란 글을 써서 선물하였다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면ㅡ

추사는 초희선사께 보낸 편지글에

선사님을 보고 싶지도 않고 글을 써 보내고 싶지도 않지만 다만 차는 끊을 수 없어 연락하니 두 해에 쌓인 빚을 한꺼번에 탕감하니 다시는 지체함 없이 차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ㅡ라는

얼마나 막역한 사이였으면 이런 유쾌한 농담을 담아 글을 써 보낼 수 있는지 가히 짐작이 갔다

이 글을 받은 초희선사의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며 부지런히 차를 챙겨 보내는 모습도 떠올려 보았다

이 한 통의 편지글에서 김정희란 사람의 호탕한 인간성을 보는 것 같아 나도 같이 한바탕 웃어보았다

명선이란 글 앞에서 굳어진 발길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으며 이 글 한 점이 주는 감동으로 기념관의 모든 것들을 다 본 것 같았다

천천히 기념관을 돌아보며 진흥왕의 순수비를 발견해 낸 역사적 사실도 다시 깨닫고 기증해서 전시한 현판들과 그의 인장, 벼루등을 살펴보았지만 쿵하는 감동으로 다가온 명선이란 글이 머릿속을 다 채워버려서 다른 전시품들에는 큰 흥미를 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 감동이란 이런 충격이구나 ㅡ라며

아직도 뛰는 가슴을 안고 전시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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