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눈이 오는 날이면

by 한명화

하얀 눈이 내린다

사락사락 소리 없이 내린다

창너머 학교마당도 하얗고

아파트 마당도 하얗고

세워둔 차들 위에도 나무 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소복하다

자연은 하얀빛으로 옷 갈아입고 자랑이다

하지만

하얗게 눈 쌓인 아파트 옆 녹도길 어쩌나

짝꿍은 준비 중이다

단디 옷 차려입고 장갑에 모자도 눌러쓰고 눈삽과 눈가래를 들고 눈 치우러 나선다

둘이 같이 나선 녹도길 눈 치우기

마당 눈 치우시던 경비 아저씨 반갑게 웃으신다

눈이 오는 날이면

은행나무가 줄 서고, 키다리소나무도 있고, 칠엽수도, 연사홍도 즐비한 녹도길을 책임진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아무도 치우지 않는 녹도길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짝꿍과 둘이서 눈을 치운다

출근하고, 학교 가고, 어르신 병원도 가신다는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고맙다며 지나간다

때론 우리가 눈 치우는 공공근로자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ㅡㅎ

열심히 눈을 치운다

아는 얼굴들은 깜짝 반가운 인사를 하며 좀 편안해진 길을 지나간다

저들의 발이 안전해서 다행이다

미끄러지지 않고 편히 지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 추위에도 한참 눈을 치우다 보면 땀이 온몸을 흐른다

녹도길을 치우고 아파트 인도도 함께 치우며 마주 보고 활짝 웃는다

경비 아저씨도

그리고 짝꿍과 나도

서로 감사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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