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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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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Feb 19. 2023

봐줘야지 어쩌겠나

삶의 길에서

사람을 좋아하기에

또 너무 좋아해 주기에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바보?처럼

그렇게 엮이며 살아가는 것 같다

며칠 전 어이없는 일을 경험하고는 사람 사는 일이 때로는 깊게 이해하지 않으면 여린 마음에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다 깊이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기가 되었다

주민센터에서 척사대회를 하던 날이다

각 단체들이 모두 참여한 행사로 주민자치 위원이어서 참석하여 두루 인사를 건네고 준비한 음식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응? 왜 저러지?

늘 함께 있을 때 어딜 가나 챙기며 따르는 아우가 잔뜩 굳은 얼굴이다

일찍 왔네 ㅡ라며 웃자

굳은 표정으로

전화도 안 받고ㅡㅡ라고

전화 안 받았다고?

전화기를 보니 아우의 두 번의 전화가 있었고 40여 년을 서로 존중하며 지내온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지인의 전화도 와 있었다

전날 일이 있어 무음으로 전환해 놓고는 전환을 안 해서 전화가 온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니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지 그렇다고 저리 화를 낼 이유인가?


다양한 단체의 분들과 팀을 나누어 윷놀이가 시작되고 모두가 흥겹게 큰소리를 지르며 윷놀이에 빠졌고 주민자치편인 나의 윷이 모에 윷에 날개를 달고 쏟아져 나와 너무 즐거웠지만 누군가가 계속 빽도를 치는 바람에 우리 팀은 첫판 탈락을 하고 말았다

윷놀이 중에도 다른 편인 그 아우는 굳은 얼굴을 펴지 않아 마음이 쓰였지만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랐기에 윷놀이에 전념했는데 어느 순간 곁에 서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하는 말

나는 이리저리 붙는 사람 딱 질색ㅡ라며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가ㅡ???

갑작스런 아우의 돌출행동에 어리둥절

난 성격이 모질지 못하고 잘 휘어지지 못하는 게 단점이기에 ㅡ

내가? 그렇다고? 

화도나고  어이도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아니란 말도 우습고 행사 중이니 참을 수밖에ㅡ

왜? 라며 집에 돌아와 조용히 생각해 보다가 깨달음으로 다가온 상황에 터져나오는  큰 웃음을 한참 쏟아냈다

아!ㅡ그랬구나

아!ㅡ그랬다는 것이지?

답답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며 골난 아이처럼 심통 부리던 그 아우가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엊그제 모임에 눈치를 살피며 주변을 돌던 그녀에게 무덤덤하게 대하다가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풀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언니들에게 며칠 전 아우가 내게 한 행동을 웃으며 말했다

언니들 어이가 없다시며

아니 우리 아우님 그런 면도 있었어?

아우가 우리 회장을 너무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싫었던 거구나 ㅡ

에구 ㅡ울 회장 독차지 하고 싶었구먼

언니니까 귀엽게 봐주시게 ㅡ라고 놀리며 한바탕 웃었다

그러나 저러나

나이 들어가며 두루두루 마주하며 웃으며 살아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ㅡ

아우의 투정 귀엽게 줘야지 어쩌겠나

언니들 말씀 처럼 언니인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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